대전 목원대가 그제 치러진 올해 신입생 선발 시험에서 '세월호 참사 상황 묘사'를 실기 고사 문제로 출제했다고 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학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를 지망한 수험생들 다수는 매우 당혹스러웠다는 반응이 주류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다들 멈칫했다"거나 "울면서 (화이트 보드에)그리다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냥 나왔다"는 글을 올리며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담당 교수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만화로 어떻게 풀어가는지 보자는 게 출제 의도"라는 설명을 내놨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수험생들에게 사건 당시 상황을 묘사해 보라는 문제를 낸 것은 사려 깊은 판단이 못 된다. '상황을 묘사하라'는 주문은 그 때 그 참혹한 장면들을 각자 재생해보라는 것인데 수험생들이 집단기억을 떠올리면서 마주하게 될 고통, 아픔에 대해 미리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생각도 짧았다. 비슷한 또래들이 희생된 특정 사건을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일과 그것을 만화라는 장르를 빌려 시각화하는 작업을 동일선상에서 접근하려는 것은 어폐가 있다. 훗날 세월호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재난영화 영역으로 승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수험생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묘사케 한 것은 실기고사 주제의 적실성 측면에서 엇나간 게 맞다.

수험생들은 오로지 만화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겠다고 마음을 다진 상태에서 시험에 임했을 터인데 예상 밖의 주제를 접했을 때 난감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실기고사는 자질이 보이는 수험생들을 가려내기 위한 실효적인 전형 방법이자 합격·불합격의 저울추나 마찬가지다. 나아가 수험생들의 창의성, 상상력, 잠재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 목원대 사례는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다. 목원대 해당 학과는 지난 2014년 수시전형 때도 '세월호 침몰 인명구조 상황을 만화로 표현하라'는 문제를 냈다고 한다. 주제의 빈곤인지, 특정 교수의 정치적 태도 때문인지 모르나 애먼 수험생들을 골탕먹이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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