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분원이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설치되고 있는 가운데 우수인력 유출, 업무환경 개선, 연구원 충원 등의 내실은 다지지 않고 외연만 확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출연연 연구·지원 인력은 1만 5273명(연구 1만 2759명·지원 2514명)에서 지난해 6월 기준 1만 5712(연구 1만 3245명·지원 2467명)으로 439명 늘어났다. 연구인력은 486명이 늘어났고, 지원인력은 47명이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13개 출연연에서는 18개의 분원을 설치했다. 또 올해 2곳을 포함해 오는 2020년까지 7개의 분원이 추가적으로 설치된다.

단순계산으로 늘어난 인력이 분원에 배치됐다고 가정하면 분원 한 곳당 연구인력은 27명이 배치되고, 지원인력은 기존 인력을 쪼개 배치해야 한다. 인력의 충분한 확충 없이 세만 확장하고 있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분원은 본원에서 따로 나누어 설치한 하부 기관이라는 뜻이지만 인력배치만 보면 분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 회장은 "연구인력은 거의 늘려주지 않고 분원을 개소하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다. 결국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의 주장에 의해 분원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연구인력의 확충과 함께 업무환경의 개선 등이 병행돼야 하는데 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연 분원 설치에 큰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출연연의 업무환경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임금피크제, 정년(61세), 사회적 지위 등 대학에 종사하는 교수보다 여러 측면에서 뒤떨어져, 최근 출연연을 떠난 상당수의 연구진이 대학에 자리잡고 있다.

새누리당 이은권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출연연 소속 연구원 이직자는 771명으로 이 중 350명(45%)이 대학으로 이직했다. 이직 연구원 중 선임급 이상은 545명으로 70%에 달해, 장기 프로젝트 연구의 단절은 물론 국가 핵심 연구개발(R&D) 정보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대학 교수의 정년이 65세인 것에 반해 출연연은 61세로 4년이나 짧고 지난해 도입된 임금피크제로 인해 58-59세가 되면 연봉이 줄어드는 실정이다.

양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줄어든 정년은 환원이 안 되고, 임금피크제로 인한 불만도 많다. 대학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에 미치지 못하는 점 등 연구원들은 출연연에 근무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구환경도 대학보다 자유롭지 않다 보니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한 대학으로 많은 인력이 떠나고 있다. 과거 연구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일을 했다면 지금은 셀러리맨처럼 회사를 다니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과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현재의 지나친 단기 실적주의가 과학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 등이 문제가 돼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출연연 연구원의 안정적 인건비 지원 비중 확대, 기관장의 자율성과 책무성 강화, 협동·융합연구 활성화 등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R&D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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