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친가족은 친구의 정의를 지키는 부족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를 발견하면 반드시 인사를 하러 올 것입니다."

카친가족의 여인들은 문명인들이 선물로 주는 유리구슬을 진짜 다이아몬드처럼 여기고 있고 아이들은 사탕을 무엇보다도 좋아하기 때문에 카친가족들은 꼭 자기를 찾아올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비가 그치자 이든 교수 일행은 며칠 후에 카친가족들을 찾으러 나섰다. 정글 안에 있는 버섯 밭에 도착했다. 비가 오고 난 뒤는 버섯들이 많이 솟아오르고 삼림에 사는 동물들은 그것을 먹으러 버섯 밭에 오게 된다.

그러면 카친가족들도 버섯 밭 주변에 파놓은 함정에 혹시나 그런 동물들이 빠져 있지 않느냐를 살피기 위해 그곳으로 온다는 말이었다.

이든 일행은 그날 버섯 밭 주변에서 야영을 했다. 코프레이의 돌진을 막기 위해 잠자리의 주변에 흙돌로 바리케이드를 쌓아 올려 놓고 일행은 잠자리에 들어갔다.

수백 수천 마리의 박쥐떼들이 지나갔을 때 밤이 시작되고 그 박쥐떼들이 다시 돌아갔을 때 밤이 끝났는데 아무 일이 없었다.

새벽이 되자 찬드라 형제들이 이든 교수에게 속삭였다.

"쉿 조용히 하시오. 그들이 온 것 같습니다."

저쪽 숲속에서 하얀 깃발이 보였다. 카친가족들이 자기들의 존재를 알리는 깃발이었다.

찬드라 형제는 주저하지 않고 들고 있던 총을 던져버리고 그리로 걸어갔다. 이든 교수 일행도 총을 내리고 기다렸다. 그리로 간 지 서너 시간이 되었는데도 찬드라 형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든 교수는 크게 염려하고 수색을 하려고 했을 때 찬드라 형제가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인사가 길었다는 말이었다.

찬드라 형제는 열 서너 명쯤 되는 사나이들을 데리고 왔다. 그들은 모두 돌창을 들고 있었으나 창끝을 밑으로 내리고 있었다. 무기로 쓰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였다.

사나이들은 덩치가 크고 털투성이였다.전신이 긴털에 덮혀있었으며 얼핏 보기에는 고릴라같았다.

그러나 눈 코 입들은 사람과 닮았고 날카로운 눈도 분명 사람의 눈이었다. 무엇보다도 웃고 있는 표정이 다정한 사람의 표정이었다.

카친가족에게는 적의나 경계심이 없었다. 친구의 친구는 나의 친구라는 단순한 생각인 것 같았다.

이든 교수가 인사를 하면서 유리구슬과 사탕을 주니까 그들은 크게 기뻐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