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 분원 설치로 기관 이탈 심화

출연연 본원 위치 현황. 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출연연 본원 위치 현황. 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분원이 전국 각지에 분산설치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과학도시` 대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본원의 2.5배에 달하는 분원이 대전을 벗어나 전국 곳곳에 산재하면서, `출연연=대전`이라는 의미는 빛이 바래가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균형발전과 출연연의 외연 확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나, 분원을 설치할 때 엄격한 심사를 통한 선택과 집중으로 융·복합 연구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17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새누리당 이은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6개의 출연연 중 22개 기관이 분원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22개의 기관에서 설치한 분원은 57개로, 건설중인 7개를 포함하면 총 64곳의 분원이 설치되거나 운영될 예정이다.

대전에 출연연이 집적되기 시작한 때는 1973년 고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수립된 `제2연구단지 건설기본계획`에 따라 대덕특구가 조성되면서부터다. 이후 1978년부터는 표준연구소, 원자력연구소, 화학연구소, 한국기계연구원의 전신인 선박연구소 등이 연이어 자리를 잡으면서 현재 16개의 출연연 본원이 대전에 위치해 `과학도시`라는 명성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분원 설치 바람이 불면서 대전 대덕특구에 있는 출연연의 일부 조직이 타 지자체로 옮겨갔다. 현재 운영중이거나 건설예정인 64개 분원 중 2000년 이전에 분원이 설치된 곳은 13곳에 불과하지만, 2000년에서 2009년 24곳, 2010년에서 현재까지 20곳, 앞으로 7곳의 분원이 전국 곳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같은 분원 설치는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정치권의 요구에 의해 남발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출연연이 연구역량을 키우기보다 정치적 논리에 편승해 정부예산 확보 및 인사적체 해소·조직 불리기 등을 위해 연구원 인력을 쪼개 파견해 만든 이름뿐인 분원으로 명맥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미래부가 설치 후 3년 미만, 당시 건설중인 분원 등을 제외한 41개 분원을 평가한 결과 4개 조직만 우수 평가를 받았고, 29개 조직이 보통, 8개 조직이 미흡평가를 받았다.

미흡 평가를 받은 8곳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순천·강릉·제주센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스마트의류기술센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경인지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서울 SW-Soc 융합 R&D센터, 한국건설연구원 하천실험센터, 재료연구소 부안풍력실험동 등이다.

이들 조직들은 당시 평가에서 설치목적 대비 수행업무가 상이하고 시험·분석실적 미흡, 지연산업 연계 미흡, 시험동 활용성과 매우 미흡, 본원 과제의 단술시험에 활용 등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미흡 평가를 받은 센터들은 미래부로부터 타 센터와의 통합운영, 기능재정립 등의 후속조치 권고안을 받았다.

이은권 의원은 "지역과 국가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함께 고려한 상태에서 설립되어야 함에도 각 지역에서 지자체장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공약이행 또는 업적쌓기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출연연의 분원이 설립되고 있다"며 "출연연 본원들이 해당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연차별 투자 계획을 확실하게 수립해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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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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