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전시·컨벤션산업의 모습이 갖춰진 것은 30년 안팎. 우리나라 전시·컨벤션산업의 시초는 서울의 코엑스(COEX). 지난 1979년 문을 열었지만 1988년 올림픽부터 본격화됐으므로 우리의 전시·컨벤션산업의 총 이력은 29년인 셈이다. 2000년 이후부터는 대구(EXCO), 부산(BEXCO), 제주(ICC제주), 일산(KINTEX),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 창원(CECO), 대전(DCC), 인천(송도컨벤시아) 등 지방 컨벤션센터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여기에다 서울에 aT센터, SETEC과 구미(GUMICO),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 경주화백컨벤센터 등 총 14개의 전시장이 운영 중이고, 지난해 수원컨벤션센터가 착공한데 이어 울산, 전주, 충북 등 4개의 컨벤션센터가 추가로 신설을 준비 중이다.

도시마다 컨벤션센터 설립과 운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형국이다. 30년 안팎의 짧은 역사의 우리나라도 이제 `전시·컨벤션 시대`에서 `MICE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전시(Exhibitions)와 회의(Conventions)를 합친 `전시·컨벤션 산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모임(Meetings)과 포상관광(Incentives)을 더해 `MICE`(마이스)라는 이름으로 확장되고 있다. 산업으로서 전시·컨벤션은 본래의 기능에다 단체관광으로 대별되는 포상관광(Incentives)과 음식·유흥·관광·레저 등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s)적인 요소까지 겻들인 `종합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포상관광의 사례를 보자. 지난 2016년 4월,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 유통회사인 중국의 아오란 그룹 직원 6000명이 한꺼번에 인천을 찾았다. 직원들의 성과를 격려하고, 기업회의를 열기 위해 인천을 찾은 이들을 위해 인천시는 3000마리의 치킨과 4500개의 맥주를 준비했다고 한다. 인천시는 이들에게 월미도 문화거리에다 8인용 테이블 550개를 850m 길이로 깔아 치맥파티를 열어줬다. 이들 중국 단체관광객 덕분에 인천시는 120억 원의 경제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것이 포상관광이다.

잘 아는 것처럼, 도박과 환락의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MICE로 벌어들인 수입이 도시 전체 수입의 절반을 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환락의 상징, 호텔을 회의와 전시 공간으로 활용, 비즈니스와 컨벤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시아 회의 도시의 대명사 싱가포르는 전체 관광수지의 35%를 컨벤션 수입으로 채운다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의 MICE 규모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이제 `잘 키운 전시` 하나가 도시와 나라를 살리고, 덩치 큰 국제회의 하나만 유치해도 한 나라와 도시의 흥망이 달라질 수 있는 등 MICE가 도시적으로 또는 국가적으로도 큰 산업적 의미를 갖게 됐다.

이런 매력을 잘 아는 국내·외 도시들은 MICE가 만들어내는 유·무형의 가치에 군침을 흘리는 것이다.

대전과 광주, 나아가 대한민국을 `MICE 강국`으로 만들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사람이 답이다. 우리 도시와 우리나라를 찾는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이동하고 먹고 자고 마신 뒤 끊임없이 재미있는 볼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더불어 우리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매력의 대가에 만족하게 하고, 그들이 기꺼이 한국의 도시들에 더 머무르고, 더 많은 돈을 쓰도록 해야 한다. MICE 참가자들이 어디서 무엇을 보고, 즐기고, 느끼게 할 것인지를 찾아야 한다. MICE 참가자들을 만족시키는 하드웨어와 그들이 좋아하는 우리만의 매력과 재미를 찾고, 다듬는 일을 서둘러야 할 때다. 김기태(김대중컨벤션센터 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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