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 촌동네에서

 유칼립투스 나무와 살았네

 쨍쨍한 빛과

 서늘한 그늘

 일 년 내내 꽃들이 피어

 서럽지도 않고

 아쉽지도 않았네

 스컹크가 방귀를 뀌며

 길 한가운데서

 행패를 부리던 곳

 해진 신발을 신고

 벼랑 끝에서 바다 너머로

 저녁 해를 보냈지

 (너의 아침을 위해)

 세리토 개울을 따라

 앵두나무가 피어있네

 세 줄 만남은 기타로

 절정을 연주하던

 지하도의 젊은 악사

 어젯밤 누군가에게 맞았는지

 입술은 터지고, 눈은 멍투성이

 아버지, 저는 정말 말썽꾸러기였어요

 노래가 울고 있네

버클리에 오면 이 세상의 자유란 무엇인가 알게 된다. 유시 버클리는 히피문화의 발상지로 잘 알려져 있고. 미 서부지역에서도 가장 낭만적이고 역동적인 대학. 뱅크르푸트 웨이를 따라 자유롭게 펼쳐지는 대학가에는 세계 도처에서 모인 학생들이 뒤섞여 한층 활기를 띤다. 그들의 재빠른 걸음을 쫓아가 보면 그야말로 100인종이다. 바삐 가는 시간 속에서도 세더 타워에서는 시간마다 종이 울리고. 그 종소리에 깨어나 나무들도 몰입했던 독서를 멈추고 기지개를 켠다. 대학 주변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들은 또 다른 버클리의 풍경. 그들이 지고 다니는 짐은 겨울에 이르러 더 묵직해지지만 학교 밖으로 쫓겨나지는 않는다.

버클리시티 다운타운으로 가면 색소폰을 부는 외국 사내. 통기타 연주로 사람들 발걸음을 묶어놓는 집시들, 그리고 아직도 길가에 이젤을 펴고 물감을 찍어 그림 그리는 화가들이 즐비하다. 그들의 그림 속에는 별과 구름의 하늘 세상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그들처럼 시인도 한 폭의 그림을 그린 듯. 이 시에서 유칼립투스 나무, 스컹크, 세리토 개울, 소살리토 바닷가는 버클리의 인상적인 배경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 건 버클리 주변에는 사시사철 꽃이 피어 있다. 시인·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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