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찾아가는 진로교육이 대세다

점수 보다는 꿈과 끼가 중요한 세상이다. 좋은 점수로 명문대를 졸업해도 원하는 전공, 원하는 직업이 아니어서 뒤늦게 방황하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때문에 중·고교 시절이나 빠르면 초등학교 때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진로교육'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 진로교육의 핵심은 학생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에 방점을 준다. 교육계가 말하는 '꿈'과 '끼'다. 꿈과 끼는 상급학년에 진학하면서 '전공'으로 연결된다. 사회로 진출하면 '직업'이 된다. 이런 연결 프로세스에서는 직업 선택에 실패할 확률이 드물다.

하지만 여전히 꿈은 꿈일 뿐이라고 반문하는 목소리도 많다. 현실에서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다. 맞지만 틀린 얘기다. 그동안 아무도 진로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로는커녕 다양한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도 없었다. 세계관이 완성되지 않은 학생들은 보이는 것만 보게 된다. 요즘 어린 학생들은 야구나 축구선수, 요리사 등이 장래희망이라고 말한다. 미디어 매체의 영향이 크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 한국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순위가 '교사'인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자녀의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소망이 담긴 장래희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린 학생들을 위한 진로체험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장소가 학교라면 더할 나위 없다.

◇학교가 터가 되야 진로체험이 자란다

지난해부터 전국 각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진로교육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시행착오는 있지만 많은 학생들의 꿈을 열어 주는 촉매가 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는 시간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교과 시험(내신)의 부담감을 덜고, 참여형 수업을 받거나 다양한 체험을 통한 진로탐색 활동을 통해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하는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

물론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인력이나 경험,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학교간 편차가 발생했다. 당장 도시와 농촌 학교 사이의 체험 기회는 해결 과제다. 또 학생 개개인의 수요나 선호도 조사 없이 대중적인 선에서 마련한 일부 학교들의 진로강연이나 체험활동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게도 호응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 하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에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전에서 자유학기제 우수학교로 손꼽히는 대전 외삼중학교 정상신 교장의 한 마디는 새겨 들을 만 하다. 정 교장은 "학생들의 희망진로와 연계된 직업인을 찾아가는 멘토링 활동을 진행했는데 차량 제공과 가이드를 자처한 학부모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전에 학생들의 희망진로를 조사하고, 학교로 찾아오는 직업체험 활동을 병행하면서 학생들의 꿈에 대해 확실한 비전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직접 해 보는 진로체험이 진짜다

학생이 직접 해 보는 것 만큼 가장 확실한 교육은 없다. 진로교육도 마찬가지다. 진로체험활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머릿속에는 진로체험이 '단순 견학' 이상의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편견이 존재한다. 대부분 키자니아와 잡월드를 방문해 본 학생들이 해당한다. 이 학생들은 직업진로체험을 눈으로만 했다. 한 바퀴 둘러 보면서 직업의 세계를 머릿속에 주입하는 게 전부다. '몸소 경험한다'는 체험(體驗)과는 동떨어진 공부다.그래서 깨어있는 학교들은 '찾아오는 진로체험' 활동에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무조건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학교주변의 지역 공동체를 학교로 끌어들이고,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진로·직업체험에 적극적이다.

방과후 학교 및 자유학기제 전문업체 '에듀비전'이 운영하는 '드림 잡(job)스쿨'은 대표적인 '학교 방문 진로직업체험' 활동이다. 교실에서 전문가를 초청하는 강의식 직업체험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교실을 직업체험부스로 꾸미고, 학생들이 해당 직업인이 돼서 직접 참여하는 형태는 대전·충청권 최초다.

학교 교실을 방문하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들이 이동하는 불편을 덜고, 학교 교실이 병원, 약국, 경찰서, 법정, 방송국, 공항 등으로 탈바꿈하는데도 비용은 적게 든다. 강사진도 전현직 직업인으로 구성돼 진로교육의 수준도 높다. '비용'과 '안전'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학교가 원하는 다양한 테마와 수요에 맞춰 커리큘럼을 운영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강기석 대전 매봉초 교장은 "학생들을 인솔해 외부 진로체험시설을 방문하면 이동거리와 시간 문제로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했지만 학교를 찾아오는 방문 교육은 시간절약과 안전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며 "이동 시간이 줄어든 만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많아져 수업시간을 온전히 직업진로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돼 학생과 학부모, 학교 모두 윈윈하는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진로교육으로 꿈에 가까워진 학생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조금씩 알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이 생겼고, 관심 분야가 생겼어요. 막연하던 꿈이 확실해지면서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학교 진로직업체험 활동에서 만난 학생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결국 진로교육은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이고, 삶의 동기부여라는 게 딱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진로교육의 출발점은 학생 자신에 대한 이해다. 적성과 소질을 발견하고, 막연하던 꿈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것 역시 진로교육이다. 직업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재미'와 함께 '직업의 재발견'을 경험한다

"아무리 재미있어 보이는 일도 직업으로 삼으려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결국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야 꿈을 이루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이런 대답은 학부모를 춤추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마친 뒤 하는 말이다. 진로직업교육을 통해 꿈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학생이라면 장래희망과 전공, 학교 공부에 매진할 동기부여가 필요충분조건으로 거듭난다.

최근엔 '입시'에서도 진로교육의 역할이 커졌다. 적기에 제대로 된 진로교육이 상급학교 진학에도 도움이 된다. 입시에 성공하려면 '꿈'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된다. 고입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이나 대학들이 인재선발을 위해 꺼내 든 '학생부종합전형'은 더이상 점수로 학생들을 줄 세우지 않는다. 대신 학교 생활 전반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자기주도적으로 성실하게 노력했는가를 중요 평가 항목으로 다룬다. 진로를 일찍 설계해 차근차근 준비한 학생,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부터 자신의 진로 적성을 명확하게 구체화한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김훈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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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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