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찾아가는 진로교육이 대세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초록리본도서관에서 유레카 발행인 김지나 대표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미래사회 아이들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초록리본도서관에서 유레카 발행인 김지나 대표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미래사회 아이들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인공지능, 3D프린터. 모두 미래사회의 키워드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 정보를 누구보다 먼저 접하고 구매하려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가 아니라면 낯설기만 하다.

문제는 이런 키워드에 익숙하지 못한 어른들이 갖는 자녀 세대에 대한 불안감이다. 어떻게 자녀들에게 진로지도를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10년 안에 현재 직업의 50%가 사라진다, 20년 안에는 현재 직업의 80%가 사라진다 등의 뉴스가 나올 때 마다 부모 입장에선 난감할 뿐이다. "어떤 직업이 생겨나는지, 유지되는지도 모른 채 '깜깜이' 진로지도를 하란 말인가?"라는 자괴감에 휩싸인다.

청소년 인문교양잡지 '유레카'의 발행인 김지나 대표는 낯선 키워드로 가득 찬 불확실한 미래에서 자녀를 위한 진로지도 방법으로 유망한 직업을 찾아주는 것 못지 않게 핵심적인 역량을 키워주는 것을 꼽았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초록리본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는 부모 세대와 다르다'는 주제 강연에서 미래 사회에서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역량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표가 꼽는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을 들어봤다.

◇디지털 시대, 부모가 먼저 변해야

"아이들이 주역이 되는 미래사회는 부모세대의 사회상과 달라요. 결국 부모의 시각이 달라지고 부모부터 변해야 하는 것이죠.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핵심역량은 정보를 재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생산하는 편집력이 될 것입니다."

김 대표는 현재의 학부모들은 '세대차이'와 '생태계 차이'를 모두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대차이는 인류가 사회를 이룬 초기 역사부터 늘 있던 일이지만 '생태계 차이'라는 또 하나의 벽을 넘어야 하고, 그게 바로 '디지털 생태계'라는 설명이다. 부모가 디지털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자녀 교육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아이들은 오늘날의 하이테크 기술을 물이나 공기처럼 원래 있었던 것으로 받아 들입니다. 다시 말해 디지털 생태계의 원주민들인 셈이죠. 디지털 원주민의 미래는 그들의 눈으로 바라봐야 정확하게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은 무려 90%를 넘어섰다. 디지털 기술과 기기들이 보편화되면서 삶의 양상도 빠른 속도로 변했다. 모바일로 음악을 듣고, 상품을 주문하고, 가상공간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아이들과 부모 세대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미래를 바라보는 부모 세대의 눈은 제자리 걸음이다.

학부모 강연에 참석한 유정아씨(서울 용산구)는 "일을 하거나 생활 편의 때문에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들을 사용하지만 공해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면서 "중학생 자녀에게는 스마트폰을 허락한 시간에만 이용하도록 하고, SNS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아날로그 세대인 부모 입장에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은 학업을 방해하는 대상이나 걸림돌이다.

"디지털 기기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무조건 금지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봐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강압적인 제한 대신 또래와의 소통이나 학습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해요. 우리는 과연 디지털 시대에 잘 살고 잘 교육하고 있는지에 대해 어른들 스스로 자문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모의 관점에서 디지털 원주민인 아이들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죠."

◇미래세대, 핵심역량은 '편집력'

"전세계 8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현재 학습하는 내용의 80-90%가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쓸모 없는 것이 될 확률 많다고 했어요. 또 우리 교육체제는 지금의 정치, 경제와 마찬가지로 산업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 건지를 준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2050년 대가 어떻게 될 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썼습니다. 이는 미래 아이들의 핵심역량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각이 전면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직업들이 디지털 사인처럼 명멸(明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Microsoft Surface)와 미래 연구소(The Future Laboratory)는 '10년 후 유망직업 10가지'를 꼽을 때 가상공간 디자이너, 윤리기술 변호사, 디지털 문화 해설가, 프리랜스 바이오해커, 사물인터넷 데이터 분석가, 우주투어 가이드, 퍼스널 콘텐츠 큐레이터, 생태복원 전략가,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자, 인체디자이너 등을 거론했다.

결국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역량은 현재의 직업관과 다른 셈이다.

많은 미래 전문가들은 '편집력'에 주목한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교수는 책 '에디톨로지(editology)'에서 미래에 필요한 능력은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아니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정보를 선별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지식을 생산해내는 '편집력'이라고 썼다.

이미 정보는 넘쳐 흐르는데 누군가에게 어떤 정보는 시간 떼우기로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창조를 위한 신무기가 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능력 있는 회사원도, 작은 떡볶이 가게를 열고 싶은 자영업자도 자신 만의 콘셉트를 갖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편집력은 콘셉트를 파악하는 것이다. 최근 대입 심층 면접과 논술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도 맥을 같이 한다.

편집력의 기본은 '읽기'다. 책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고, 통찰력을 갖춘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활용해 즉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편집력'이 길러질 수 있다.

"국어를 잘하는 학생이 수학도, 영어도, 과학도 잘하기 쉽습니다. 모든 공부가 언어로 돼 있기 때문이죠. 독해력과 사고력이 높으면 당연히 성적은 올라 갑니다. 텍스트란 단순히 무겁고 두꺼운 책을 읽는 고전적인 독서 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웹툰과 영화, 인터넷에 넘쳐나는 재기발랄한 무수한 글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걸러주고, 가이드하는 것이 부모들의 역할입니다." 조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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