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과서 쓴 '웃기는 수학자' 이광연 교수에게 듣는 수학공부법

"학교 다닐 때 `도대체` `왜` 수학을 배운 거지?" 우리나라 성인 남녀들이 한결같이 투정하는 물음이다. 학창 시절 늘 수학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은 국민 모두의 `트라우마`다. 좋지 않은 기억은 잘 잊힌다. 그래서 `수학`은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싹 지워야 하는 `필요 없는 학문`이 되고 만다. 하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 차지하는 수학의 비중은 상상이상이다. 지하철 노선이나 버스 노선, 즐겨 보는 3D애니메이션 속에도 수학이 있다. 최근 심심찮게 들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은 수학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사람의 모든 일상생활이 수학으로 표현되고, 해석하는 본격적인 산업수학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골치 아픈 수학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웃기는 수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에게 답을 물었다.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 `신화 속 수학 이야기` 등 20여 권의 수학관련 책을 펴냈고, 제7차 개정 교육과정, 2009·2015 개정 교육과정 중·고교 수학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그다.

-학교 현장에서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수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수학을 쉽게 공부하는 방법이 있다면?

"수학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은 없다. 단지 조금 더 나아지는 방법이 있는데 `책 읽기`다. 독서를 통해 문장 해석력을 키워야 한다. 수학도 결국 문제를 읽고 요구하는 것을 파악하고 추론하는 과정이다. 처음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시기가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이다. 초등 1, 2, 3학년 과정에서는 사칙연산과 단위, 도형 등 간단한 산수였다면 4학년부터는 이해력과 추론능력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저학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을 암기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추론`이 요구된다. 암기만 하던 아이는 기계적인 계산만 알지 문제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한다. 문맥을 파악하고 추상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암기에 그친 학생들은 그런 훈련과정이 없으니 당연히 수학을 포기하게 된다. 중학교 과정부터는 추론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일반적으로 초등 3학년 때 1차 포기, 중학교 1학년 때 2차 포기 현상이 보인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증명 과정이 나오는데 이해력과 추론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점점 수학과목을 멀리할 수 밖에 없다. 수학은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을 파악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즉, 읽고 해석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문해력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좋다. 어떤 책이라도 상관없이 많이 읽고, 꾸준하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앞서 말했지만 다독(多讀)은 최고의 수학공부법이다. 수학을 잘하려면 텍스트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추리소설, 만화책이라도 꾸준하게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체스와 바둑, 윷놀이 등 두뇌 회전에 좋은 놀이도 효과적이다. 또 수학을 통해 최초로 시간을 나눴던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의 이야기 등 수학을 이야기로 들려줘도 좋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이 자녀가 글씨를 알게 되면서 책을 읽어 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는 글씨를 읽는 것이지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함께 읽고 반드시 감상을 물어보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까지는 함께 책을 읽어줘야 한다. 또 부모가 직접 수학을 집에서 가르치고 싶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실 대입까지는 대략 10년 정도의 시간이 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인내를 가져야 한다. 우선, 자녀의 수학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선행학습은 한 학기 정도가 적당하다. 문제집 선택은 아이의 수준보다 한 단계 상위 레벨을 골라 3회 정도 풀도록 하는 게 효율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 문제를 절대 풀어주면 안 된다. 아이보다 엄마의 수학 실력만 늘어나는 꼴이 된다. 문제풀이 과정에서 힌트 만을 제시해 아이 혼자 풀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버스 노선 결정, 3D 애니메이션 등을 만들 때도 수학이 이용된다. 수학이 기술혁신이나 실생활에 적용되는 사례가 있다면?

"영화 `쥬라기 공원`과 `아바타` 등에서 커다란 동물(공룡)의 걸음과 달리기 속도를 재현할 때 방정식이 이용됐다. 화석에 있는 공룡의 발자국과 보폭을 보고 속도를 계산하는 것이다. 고(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1985년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난 뒤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픽사(Pixar)를 인수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수학자들을 채용하는 것이었다.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손짓, 발짓 등 사물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다. 공이 구르는 속도, 선의 움직임을 수학 알고리즘으로 계산한 후 반영해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었다. 함수를 이용해 그래프를 구하는 방식으로 인물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냈다. 수학을 이용한 최초의 애니메이션이 바로 `토이스토리(Toy story)`다. 지금의 컴퓨터 효시가 된 체계를 구축한 앨런 튜링(Alan Turing)도 수학자다. 제1차 세계대전에 독일군과 연합군과의 싸움에서 독일군이 사용하던 에니그마(Enigma·수수께끼) 암호체계를 해독한 `튜링머신`을 만들었다. 이 기계는 초기 디지털 시스템을 접목한 인공지능형 컴퓨터였다. 여기에 사용된 수학적 원리가 거듭제곱이다.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에 기반한 산업구조에서 알고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알고리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학문이 바로 수학이다. 수학에 IT기술을 접목시켜 상품을 개발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웃기는 수학자`라는 별명이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수학을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는 작업에 노력하고 계신 것 같다. 그 이유와 계기는?

"수학은 우리 모든 분야에 숨어 있다. 수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방향을 체크하면서 가면서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은 그 과정을 중시하기 보다는 결과만 보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심지어 포기하게 된다. 등산을 할 때 목표는 정상에 올라가는 것이지만 올라가는 길에 꽃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기도 한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 재미와 즐거움을 알려줘야 하는데 우리나라 수학교육은 정상만 오르려고 한다.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라는 영국 수학자는 `재미있는 수학 유머 하나가 훌륭한 논문 12편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사실 훌륭한 논문은 전세계적으로 100명도 읽지 않는다. 그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만 읽는 것이다. 그러나 수학에 관한 재미난 책을 쓰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 이것이 훨씬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주는 노력의 일환으로 1990년대 말부터 책을 쓰게 됐다. 처음으로 쓴 책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가 나왔다."

-수능에서 수학 변별력이 높아지고 있다. 수학교과서 집필자로서 중·고등학생 수학 교육의 방향은?

"앞으로 수학도 영어처럼 수능에서 절대평가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수학과목에서 변별력을 줄 수 밖에 없다. 수학도 절대평가 등급제로 바꿔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수학도 직접 활동하면서 실험도 하고 재미있는 학문으로 느낄 수 있는 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게된다. 문제를 혼자 계산하고 푸는 것이 아니라 토론하면서 다른 풀이 방법으로 응용해 나가면서 수학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선생님이 풀어주는 보고 듣는 수업이 아니라 수학공부가 재미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조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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