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효율성 중심 사육 지양

최근 연일 보도되고 있는 국정농단 관련 뉴스에 설상가상으로 조류독감(AI) 피해소식으로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올 겨울 AI에 감염되었거나 예방차원에서 땅에 묻힌 닭과 오리들이 3500만 마리를 넘었다고 한다. 그 동안 경제적 피해를 입은 가금농장주들의 상실감은 물론이고 유통질서의 혼란,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으로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또한 영문도 모른 채 땅에 묻히는 억울한 생명들을 바라보며, 그간 동물들의 생존권 역시 주장했던 우리들이었기에 마음은 더욱 혼란스럽다.

이러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연에 대해 오만하게 행동해왔던 인간에게도 책임이 있다. 대규모의 닭과 오리를 좁은 우리에 몰아넣고 인위적으로 사육하는 방식은 자연 생태적 관점에서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사육되는 오리나 닭 등은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낮아 바이러스 등 질병이 유입될 경우, 전염병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AI는 과연 어떠한 질병인가?

AI는 주로 가금류인 오리나 닭 등에서 발생하는 급성 전염병이며 이러한 병원체의 본질은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지구상 어디든지 존재하는 물질이며 생물체 밖에서는 스스로는 살아갈 수 없는,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른 생물체 속으로 들어가면 숙주의 대사과정을 이용해 자신을 무제한적으로 복제하며 또 다른 숙주에게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간다. 복제된 수많은 바이러스 중에는 숙주를 죽게 만드는 고병원성 변이종도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H5N6형 AI바이러스도 고병원성 변이종으로써 가금류는 물론 야생조류에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

필자는 그간 AI가 유행할 때마다 가창오리를 비롯한 철새들이 AI의 주범이라는 의견에 대해, 철새들이 AI바이러스를 전파하는데 일부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주범은 아니라고 그들을 옹호하기도 했다. 바이러스는 지구상 어디라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고병원성 AI에 전염된 가금류에서 야생조류에게로 전파돼 그들도 피해자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철새들이 AI 전파의 주범인지 아닌지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현존 야생조류의 약 40%가 AI 바이러스를 체내에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야생 조류들은 오랜 기간 진화를 통해 AI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고 있다. 다만 저병원성 바이러스를 갖고 있을 때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고병원성의 경우는 집단폐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북의 한 저수지에서 야생조류인 가창오리가 고병원성 AI에 의해 집단 폐사한 경우가 있었다. 사실 AI는 오늘날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조류생태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던 필자는 1970·80년대에도 금강하구, 낙동강하구, 서산 AB지구 철새도래지 등지에서 야생조류들의 집단 폐사 현장을 여러 차례 목격한 사례가 있다. 그 당시에는 오늘날 같은 AI예방통제 기관이나 바이러스를 분석할 만한 연구기관도 없었기 때문에 집단폐사의 원인을 독극물에 의한 중독 또는 가금 콜레라에 의한 폐사 등으로 원인을 분석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야생조류 집단폐사 원인 중에는 고병원성 AI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은 자연생태계에서 적응하는 개체는 생존하며 그렇지 못한 개체는 도태된다는 자연선택이론을 발표했다. 이러한 자연의 법칙에 따라 많은 야생생물들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해 왔거나 아니면 멸종 했을 것으로 추측 되며 앞으로도 그 과정은 계속될 것이다. 금번의 우리나라에서 맹위를 떨치는 AI는 역대 최단기간동안 최대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야기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사회의 건강과 경제에 밀접히 연관된 AI문제를 다윈이 제시한 자연생태계의 법칙으로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작금의 위기를 계기로 삼아 이제는 경제적 효율성만을 위한 반 생태적 사육시설을 지양하고, 다소 효율이 낮더라도 친환경적 축산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질병에 내성이 강한 품종의 개발이나 백신 등 치료약품 개발을 통해 가축의학의 선진국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이 인간과 동물이 질병으로 벗어 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조삼래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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