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우리나라는 메르스(MERS)라는 전염병으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국가적으로 비상 상황이었던 적이 있었다. `2015 메르스백서`에 의하면 "2015년 5월 20일 첫 사례가 발생한 이후 같은 해 12월 23일 유행 종료를 선언한 날까지 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메르스(MERS) 대응 사례를 참고해서 만일 우리나라에서 매년 5000명이 사망하는 질병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국가적으로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국민 모두가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질병은 무엇일까? 바로 교통사고라는 병이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8년에서 2013년까지 5000명대 수준이었고 2015년에는 4621명이었다. 대전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2년 121명이었다가 점차 줄어서 2016년은 11월 기준으로 78명이다. 부상자는 2016년 11월 기준으로 1만 1명이다. 2016년 기준으로 해석해 보면 인구 약 2만명당 1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약 150명당 1명이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한다. 150명은 보통 결혼식장에 모이는 하객 정도의 규모이다. 결혼식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참석하므로 나와 가까운 곳에서 교통사고를 경험할 수 있음을 통계로 알 수 있다.

해마다 이렇게 많은 교통사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무감각하게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나는 괜찮겠지"라는 개인마다의 방심과 "교통사고 사망자이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무언의 사회적 합의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해 본다. 선진국은 교통의 흐름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교통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교통사고는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고 100% 인재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2010년 대비 절반으로 줄여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국가 기준으로 중간 정도의 안전한 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제3차 교통안전기본계획(2017-2021년)을 2016년 말에 완료했다. 이번 계획은 `교통사고 사망자 없는 안전도시 대전`을 비전으로 2021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5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달성을 위해 △사고발생 이전의 선제적인 교통사고 예방 △재발사고 방지 △관련기관·단체와의 협력 △첨단기술 활용 등을 4대 추진 전략으로 삼았다.

4대 전략의 실천을 위해서 교통사고 유형과 빅데이터로 사회적 관심을 분석해 38개 과제(예방 30, 대응 2, 개선 6)를 계획했고, 2017년 총 778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주목할 점은 교통사고는 사전에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체 과제의 38.9%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과제이다. 큰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작은 사고가 먼저 여러 번 발생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입각하여 시민들이 불편해 하거나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곳, 작은 사고라도 여러 번 발생하는 곳들을 선제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그간 우리 사회는 효율성과 경제성장을 중요시 해왔고 이를 지원하는 교통 분야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들어왔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잘 된 교통계획, 도시계획은 사람들을 많이 걷게 만드는 계획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려면 편리한 대중교통, 안전하고 편안한 교통시설 등이 종합적으로 구축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도시 보다 높은 우리 시 보행자 교통사고율을 낮춰서 보행자가 안전한 교통체계를 만드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안전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최우선의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만일 교통사고 피해자가 되면 본인도 가족도 큰 고통에 빠지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또한 꿈이나 소망, 목표, 자아실현 등 우리의 삶은 안전을 전제로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人災)로 일어나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나 상해가 없어야 한다. 이것이 사람을 위한 교통이고 핵심은 교통안전이다. 양승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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