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前 총재 귀국에 대선판 후끈

반기문이 귀국함으로써 대선판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더구나 대선이 금년 상반기, 아마도 4-5월중에는 치러질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됨으로써 더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이런 식의 조기대선은 처음 치러보기 때문에 대선주자들이나 참모들도 이른바 로드맵이라는 걸 짜기가 어려울 것이다. 즉 마라톤게임에 비유한다면 구간거리에 따라 호흡과 보폭을 조정하는 게 중요한데 그런 식의 대선전략을 짜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마라톤식이 아니라 100m식으로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선거는 결국 이기자는 게임이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나?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 심지어 점쟁이, 풍수지리까지 등장하는 것이 선거다. 선거는 아주 불안정한 공학적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그 공학을 일일이 챙기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민심을 잡는 것도 그 이면에는 공학이 존재하고 정책제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공학자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작금의 추세를 보면 이번 대선은 어차피 반기문과 문재인의 맞수로 진행될 것이다. 문재인 쪽은 이미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선준비를 완료한 것 같다. 이에 반해 반기문 쪽은 그동안 유엔에 묶여 있어 대선얘기를 꺼내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그의 귀국을 계기로 드러난 캠프의 면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고작 그거냐`고 실망하는 것도 그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미리 치밀한 준비를 해왔던 기존 진영에서는 반기문을 향하여 함포사격을 퍼붓고 있다. 여기에는 기죽이기, 김빼기 작전도 동원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선거전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거는 일반 스포츠게임과는 다르다. 스포츠는 관중들이 즐기다가 끝나면 그만이다. 망해도 어느 특정 팀에 한정된 문제다. 그러나 대선은 국가운명이 달린 게임이다. 잘못 뽑으면 아무리 후회해도 5년은 기다려야 한다. 이기기 위해 무슨 수를 다 써도 된다는 발상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짓이다. 지난번 미국선거도 네거티브로 진행되어 세계의 빈축을 샀다. 사상 최고의 추악한 선거라는 오명까지 남겼다. 이번 한국 대선이 그런 꼴을 닮게된다면 우리의 국격은 이른바 이중추락 사태를 맞을 것이다. 즉 최순실사태와 대통령탄핵으로 중상을 입은 국격이 추악한 네거티브 대선으로 2차 추락을 맞게될 것이고 그걸 회복하는 데는 또다시 많은 시간과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누가 더 좋은 사람인가가 아니고 누가 덜 나쁜 사람인가를 가려야 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우려되는 일이다.

이번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향상된 의식으로 보아 아니면 말고 식 폭로나 비방에 능한 네거티브 선수가 꼭 유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입을 험하게 쓰는 사람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의 지지율 도표로 보나 정치지형으로 보나 대세가 반기문대 문재인의 대결이 숙명적이면 그런 현실에 맞춰 정계개편이 빨리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은 한마디로 반문재인 진영의 통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을 제때에 해내는 것이 반기문의 결정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것은 그의 성격이나 통합노선과도 일치하는 것이어서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즉 개헌과 정권구성에 대한 비전만 확실하다면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등의 분권형 개헌이나 현행 헌법에 의한 분권형 권력운영 구상을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다. 즉 선거전 개헌이 어렵다면 분권형 연립정권 구상을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안철수 등 반문재인 진영에서 뛰고 있는 주자들의 현실인식이 중요한 변수다. 즉 이상과 현실간의 갈등에서 현실을 선택하는 영국식 실용주의 발상이 작동해야 한다. 진영통합이 이뤄진다면 국회에서도 넉넉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구월환 순천향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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