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난 4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제2회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대전음악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창립연주회의 제목은 `피어라 청춘`이었다. 이번에는 `함께 가는 길`이다.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추구하는 길은 아직 제대로 피지 못한 젊은 청년 음악가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보여주는 길이다.

안성혁 작곡의 유벨톤 서곡이 첫 곡의 스타트를 끊었다. 앞으로도 유벨톤 서곡은 정기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서곡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오케스트라를 상징하는 유벨톤 서곡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주하는 것은 단체의 정체성을 알리는 기능에 충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단지 음향적으로도 축제와 환희의 기쁨이 좀 더 충만하게 흘러나올 수 있다면 그 느낌이 배가 될 것이다.

음악회의 핵심은 바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전곡을 레퍼토리로 선택했다는데 있다. 환상교향곡은 낭만주의시기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1803-69)의 대표작이다. 이곡은 당시 관습에서 볼 때 매우 진취적인 음악이었고 베를리오즈의 열렬한 사랑과 실연의 감정이 그대로 들어있는 이야기구조를 갖고 있다. 음악감독 한동운의 독특한 콘셉트는 5악장을 7악장으로 확대시킨 데서부터 출발한다. 맨 앞에 프롤로그를 삽입해 텍스트로 이야기의 큰 흐름을 미리 암시해주고, 바이올린과 첼로 독주로 두 남녀의 감정을 표현하는 악장을 새로 넣어 사랑과 갈등의 감정을 관객이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무대 뒤 영상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악장이 바뀔 때마다 감정의 변화를 좇았다.

기존 원작의 변형을 추구하면서까지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환상교향곡이 지닌 음악적 해석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작품이 지닌 본질적인 문학적 기능을 또렷이 드러내고자 한 데서 찾을 수 있다. 텍스트, 영상, 음악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관객은 흥미롭게 음악회에 빠져들 수 있었고 그 순간 관객과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효과가 있었다.

음악적으로 생동감 넘치는 음색이 터져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숙달된 울림을 들려주지 못할 때도 많았다. 텍스트와 영상도 세련미가 부족했다. 하지만 청년 연주자들의 열정적인 연주를 이끌어내고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과감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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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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