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를 계기로 국민들은 청와대 보안 손님이란 존재를 접하게 됐다.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보안 손님은 경호실에서 쓰는 용어로, 부속실의 요청으로 지정하며, 경호실의 신분 확인 출입증도 필요 없는 특별한 존재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만나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만나야 할 은밀한 사람인 것이다. 아직까지 최고 보안시설인 청와대를 수시로 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고 보안 손님은 최순실씨로 지목되지만, 기치료 아줌마니 주사 아줌마처럼 지극히 사적인 필요에 의해 지정된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 역대 정권에서도 보안손님이 있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꼽히는 최씨의 청와대 출입 여부를 밝힐 수 없다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의 자세는, 그의 직무를 고려할 때 황당함을 넘어 해괴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는 어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에서 청와대나 관저는 경호구역으로, 최씨의 출입은 직무상 말씀드릴 수 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정호성 비서관에게 '최 선생님 들어가십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사실상 출입을 안내했다는 증거가 나왔고, 위증 논란까지 야기했음에도 끝내 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최씨의 청와대 출입이 국가기밀도 아닐진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비밀준수의무 위반을 염두에 뒀기 보다는 말하지 못할 다른 사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박 대통령을 근접 보좌하는 그의 입장에서 탄핵국면에 영향을 미칠 대통령의 행적이나 주변 상황을 명확하게 밝힐 것 이라고는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최씨의 청와대 출입이나 교류가 보안이자 기밀이라는 인식이 이 행정관 뿐만 아니라 청와대 보좌진들에게 널리 각인되어 있다면 이는 곤란하다. 청와대를 깊고 깊은 구중궁궐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밀이 많으면 감춰야 할 것이 많고, 감춰야 할 것이 많을수록 억측과 불신을 낳는다는 진리를 외면한다면 청와대의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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