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폐지하려면 할 수는 있다. 전국 국·공립대를 한덩어리로 묶어 통합캠퍼스로 운영하자면 못 할 것도 없다. 그런 다음, 충남대를 예로 들면 서울대 충남캠퍼스로 간판을 바꿔 달게 하고 교육과정, 학사관리, 학점 교류를 시행하는 식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전국 국·공립대의 서울대화(化)라 할 만하고 언뜻 대입 수험생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서울대가 혁파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런다고 대학서열화 구조와 갖가지 부작용이 해소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서울대 서울캠퍼스와 서울대 충남캠퍼스가 간판 하나 공유한다고 동렬에 선다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교육서비스의 질 격차 문제도 금세 혁파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서울대 폐지 구상은 파리대학교를 파리 1 대학, 파리 2 대학 하는 식으로 분할해 운영되는 시스템을 흉내 내려는 발상이 아닌가 싶다. 서울대 폐지라는 게 알고 보면 서울 1 대학을 서울에 두고, 나머지 지방 소재 국·공립 대학을 상대로 2번부터 순번을 매겨 보면 파리대학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이게 맞다면 박 시장은 껍데기만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 분할 되기 전 파리대학교는 전국 재학생의 30%가 몰려있는 초비만 대학이었다. 불가불 몸집을 줄이기 위해 파리대학 이름을 공유하면서 학군별 캠퍼스에 1 대학, 2 대학 식으로 부르게 됐다.
게다가 프랑스는 고교 졸업장 쥐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고 유급율도 높은 편이다. 대학 진학에 목을 매는 우리 실정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런 전제 조건과 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채 파리대학 모델을 이식하려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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