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팔도유람]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충남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전시되고 있는 해양생물 표본. 박영문 기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전시되고 있는 해양생물 표본. 박영문 기자
온 세상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고, 산과 들에 우뚝 서있는 나무의 가지에는 아름다운 눈꽃이 피는 계절. 바로 우리가 기억하고 또 원하는 겨울의 모습이다. 하지만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는 요즘, 주변에서 이 같은 풍경을 찾기란 쉽지 않다. 썰매를 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해야 할 강은 여전히 굽이쳐 흐르고, 산과 들에는 온기가 남아있다. 겨울답지 않은 겨울에 실망했다면, 이제 산과 들 대신 바다로 관심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항상 같은 자리에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는 바다이지만, 사실 우리는 바다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우리에게 다양한 바다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관광공사가 `풍요로운 바다의 매력에 빠져들다`라는 타이틀로 1월에 가볼만 한 곳으로 선정하기도 한 충남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소개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금강과 서해가 만나 어우러지고, 매서운 바닷바람이 솔숲에서 한결 순해지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산로 101번길 75(송림리 510번지)에 위치하고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서천지역 갯벌 매립을 통한 장항산업단지 조성 포기에 대한 범정부 대안사업으로 추진됐다. 우리나라 해양 생물자원에 대한 수집 및 보존·관리, 연구, 전시, 교육 등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며, 32만 5000㎡ 부지에 연구행정동, 씨큐리움, 교육동 등 3개의 건물을 갖추고 있다. 이중 일반 관람객을 위한 전시 공간은 씨큐리움이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씨큐리움이라는 단어는 바다(Sea)와 질문(Question), 그리고 공간(Rium)의 합성어로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가는 전시·교육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건물 한가운데 있는 기둥이자 유리로 만든 타워형 시드 뱅크(Seed Bank)다. 높이 24.7m에 이르는 유리 구조물 안에 우리나라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의 표본 5000여 점을 쌓아 올린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상징물이다. 특히 총 4개 층으로 구성된 전시공간은 일반적인 전시관과는 차이점이 있다. 관람 동선의 시작이 1층이 아니라 가장 위층인 4층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4층에 위치한 제1전시실은 `해양생물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관람객을 맞는다. 다양한 해양 생물 표본으로 가득한 이곳에서는 해조류와 플랑크톤은 물론 바다의 포유류까지 7500여 점의 해양생물 표본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관 에서는 물과 생명의 기원, 생물 분류 체계, 바다의 탄생 등 바다 속 세계를 탐험하기 전에 알아둬야 할 지식이 먼저 소개된다. 이어 해조류·플랑크톤·무척추동물·어류·포유류 등 코너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해양생물을 관찰 할 수 있다.

특히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투구게와 앵무조개를 비롯해 비단군부·털군부·따가리 등은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립스틱 원료로 사용되는 흰이빨참갯지렁이, 200v 전기를 생산하는 전기가오리 등 생물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포유류 코너에는 상어, 가오리 등과 함께 까치상어의 출산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표본도 발견할 수 있다.

제1전시실 마지막 부분에는 `인터렉티브 미디어월`(Interactive Mediawall) 등 코너가 마련돼 있다. 동작 인식을 통해 해양생물과 교감하는 가상 수족관, 증강현실을 통해 각양각색 고래를 만나보는 시설이다. 미디어월에서는 직접 그린 그림을 미디어월에 띄우는 체험을 할 수 있다. `A.R Scope(증강현실 기구)`에서는 고래 골격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 마련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내려가다 보면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인 고래의 뼈가 전시되고 있는데, 고래의 앞 지느러미뼈를 자세히 보면 우리의 손가락과 닮아 있는 모습도 찾을 수 있다. 이는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고래 조상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제2전시실은 생물다양성의 무한한 가치와 중요성, 그리고 해양생물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소개하고 연구와 개발의 중요성을 알리는 장소다. `미래해양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해양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해양생물 유전자바코드 개발 등에 대한 그림과 설명이 전시되고 있다. 각 기술에 대한 설명을 보다보면 해양 생물에 대한 전시장이 아니라 마치 과학수업 교실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2층에 위치한 제3전시실에서는 해양주제영상을 상영하고 있는데, 범고래의 공격으로 어미와 헤어진 새끼 혹등고래(humpback whale)가 겪는 여정을 그려낸다. 다면 영상을 통해 바닷속의 다양한 풍경과 가오리 떼 등 해양 생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세 번째 기획전인 `레고 구조대-보호대상 해양생물 구출 대작전`이 오는 9월 28일까지 진행된다. 블록 전시 외에도 헬멧을 쓰고 구조대원이 되어 추억을 남기는 포토존과 블록으로 직접 보호대상해양생물을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

◇장항송림산림욕장, 기벌포해전 전망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관람을 마쳤다면 도보로 5분 거리(약 400 m)에 있는 장항 송림산림욕장과 기벌포해전 전망대도 찾아가 볼 만 하다.

장항읍 송림리의 백사장과 해송(海松) 숲 일대에 조성된 송림산림욕장은 해송 숲과 해안이 어우려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서천군의 10대 청정구역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1㎞가 넘는 모래사장 뒤편에 긴 띠 모양으로 조성돼 있는 산림욕장에는 원두막 등 휴식시설 및 운동시설이 마련돼 있어 관광객들이 오며 가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숲과 바다 사이 백사장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기 때문에 겨울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걷기에 충분하다. 특히 고려시대에 정2품 평장사를 지낸 두영철이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모래찜질로 건강을 회복한 뒤로 널리 알려졌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송림산림욕장 안에는 `장항 스카이워크`라 불리는 `기벌포해전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다. 기벌포해전은 문무왕 때(676년) 신라 해군이 기벌포에서 당나라 해군을 크게 이긴 전투이며 스카이워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장항 앞바다가 바로 기벌포 해전이 벌어진 곳이다. 높이 15m, 길이 250m의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는 물론 그저 높게만 보였던 해송들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높이 탓에 긴장할 수도 있지만 넓은 바다와 푸른 하늘을 보며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또 스카이워크 중간 중간에는 솔숲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이 연결돼 있어 마치 공중에 떠가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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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전시되고 있는 해양생물 표본. 박영문 기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전시되고 있는 해양생물 표본. 박영문 기자
기벌포해전 전망대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기벌포해전 전망대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기벌포해전 전망대 입구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기벌포해전 전망대 입구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상징물인 시드뱅크.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상징물인 시드뱅크.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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