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역습

음식의역습
음식의역습
"2004년 영국에서는 3세 아동 1873명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인공 착색료나 벤조산나트륨 같은 첨가제가 사실상 과잉행동장애와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새로 나온 책 `음식의 역습`이 전하는 내용이다. 이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비소화합물로 인한 아이들의 발달장애 문제, 닭과 돼지·소에서 검출되는 고농도의 카드뮴·구리 같은 중금속 문제, 치과용 충전제인 아말감에서 나오는 수은 증가 문제 등을 다룬다. 이런 문제는 대중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현재 국내를 휩쓸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는 물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미디어의 지면을 장식하는 구제역 같은 동물 전염병은 왜 계속 반복되는 걸까. 근본 대책은 없는 걸까. 아니면 세우지 못하는 걸까. 먹을거리를 향한 인간의 추악한 욕심과 경쟁이 계속되는 한 어쩌면 이 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달걀을 많이 낳거나 우유나 식용 고기를 많이 생산하도록 개량된 한두 품종이 항생제로 범벅이 된 공장식 가축사육시설이라는 열악한 환경을 견뎌내지 못할 때마다 우리는 동물 전염병에 관한 소식을 계속 접하게 될 것이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춘, 다시 말해 특정 품종에 치명적인 슈퍼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수백만, 수천만 마리의 가축은 또다시 살처분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문제가 여기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항생제를 다량으로 넣은 사료를 먹은 가축이 배설한 분뇨에는 독성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뿌려 재배한 작물을 바로 인간이 먹는다는 데서 또 다른 비극은 시작될 수도 있다. 신선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음식을 매일 식탁에서 마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뉴스로 접하는 식품 속 독성물질에 관한 정보는 사실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편의점 진열대 위 즉석식품에서부터 건강을 약속하는 유기농 식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먹거리가 독성물질에 치명적으로 오염돼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

최근에는 우리가 어떤 경로로 독성물질을 흡수해 몸에 축적하는지 그리고 그 물질이 인간의 몸과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왜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지를 책 `음식의 역습`은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대중이 접근하지 못하는 정보, 식품회사와 관련 규제기관이 공모해 치밀하게 감추려는 정보를 대중에게 알리는 적나라한 보고서인 셈이다. 책은 이어 과학적으로 검증된 실험으로 밝혀낸 정보를 곧바로 알려준다. 총 3부로 구성됐는데 1부는 비소, 수은, 납, 카드뮴, 알루미늄, 구리, 주석 같은 중금속들과 비스페놀A, 헥산, 살충제 같은 화학오염물, 아스파탐, 화학방부제, 유화제 같은 식품첨가물들 그리고 오염된 가축 사료들을 밀도 있게 다룬다. 2부는 이런 독성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원론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3부는 저자의 실험실에서 밝혀낸 식품 속 오염물질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들을 실었다.

저자인 마이크 애덤스는 탐사 저널리스트이자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식품 분석 전문가다. 그가 세운 세계적 수준의 분석화학 실험실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품에서 중금속, 살충제, 제초제 등 여러 화학물질을 검출해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하수 폐기물로 만든 퇴비문제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했을 뿐 아니라 오늘날 중국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공급되는 이른바 `유기농 식재료`에 환경오염으로 인한 중금속이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도 폭로한다. 강은선 기자

마이크 애덤스지음·김아림 옮김/ 루아크/ 536쪽/ 1만 7000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