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DNA에 잠든 조상의 기억을 깨우다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들어갈 수 있다면 어떨까. 서로의 몸이 바뀌는 영화는 종종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는 그 상상을 한 번 더 뛰어넘는다.

옛 조상의 기억 속에 들어가 새로운 자신을 각성한다는 영화 `어쌔신 크리드`의 설정은 흥미롭다.

영화는 `매트릭스`와 `인셉션`의 설정을 섞어 영화적 상상력을 확장시키며 과거와 미래, 리얼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설정으로 또 하나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선보이고 있다.

이 영화는 유전자 속 기억을 찾아주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15세기 `암살단`의 일원이자 조상인 `아귈라`를 체험한 `칼럼`이 세상을 통제하려는 `템플 기사단`과 대립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 현대의 `칼럼`이 `애니머스`라는 최첨단 기계로 유전자 메모리를 통해 500년 전의 조상 `아귈라`에 연결된다는 설정은 호기심과 의아함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극 중 `칼럼`은 단순히 `아귈라`의 과거를 `본다`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자유 의지를 없애고 통제와 질서를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구축하려는 템플 기사단에 맞서 저항하고 반대하고 생각할 권리인 인간의 자유 의지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암살단의 일원인 `아귈라`가 겪는 모든 것을 `칼럼`이 `체험`하게 되는 것.

이처럼 기존의 시공간에 대한 관념을 새롭게 할 `어쌔신 크리드`의 세계관은 스페인 로케이션,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리얼리티를 살린 액션·의상 등으로 영화라는 예술영역이 꿈꿀 수 있는 최대치를 완성시켰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게임을 실사로 옮기는데 정성을 들였다. 화려한 볼거리는 제작사인 폭스사가 `관람 포인트`로 따로 밝힐 만큼 공을 들인 부분이다.

폭스사가 공개한 첫 번째 관람 포인트는 현대와 중세를 오가며 펼쳐지는 압도적 액션이다. 특히 암살단과 템플 기사단이 15세기 스페인을 배경으로 펼치는 대결 중 공중을 넘나드는 파쿠르 액션, 광활한 사막 위 마차 추격 액션 등은 하이라이트다. 특히 더욱 심도 깊은 3D로도 구현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압도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38m 고공 낙하로 촬영했던 `신뢰의 도약` 장면은 여타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는 차별화된 액션이다. 칼럼과 아귈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마이클 패스벤더는 영화 촬영 당시 매일 아침 트레이닝을 받고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고 밝혔다.

유전자 속 기억을 찾아주는 최첨단 애니머스를 통해 무려 500년 전 조상의 기억을 경험한다는 설정은 `어쌔신 크리드`만의 독창성이다. 뿐만 아니라 치열했던 중세 유럽의 역사를 한눈에 담아볼 수 있는 종교재판의 화형식 `아우토다페`가 스크린에 구현돼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와 관련해 제작자 패트릭 크로울리는 "아우토다페의 정확한 재현을 위해 광범위한 리서치와 모든 연출 부서가 힘을 합쳤다"고 말했다.

높은 연기력을 보이는 명품 배우들의 조합도 기대치를 높였다. 할리우드에 안정적으로 자리매김 한 마이클 패스벤더와 치명적 매력의 마리옹 꼬띠아르, 거기에 대표적 연기파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까지 출동한 이 영화는 배우 조합의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마이클 패스벤더와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 만으로 좋았으며, 그의 열정은 언제나 큰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특유의 분위기를 뿜는 악역으로 등장해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스토리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커젤 감독은 종교재판의 잔혹함과 거대한 권력을 담아낸 프란시스코 리치의 그림 `스페인 마드리드의 종교재판`은 영화 속에서 하나의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시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근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모두다 기대치 미치지 못했다. 흥행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게임의 화려함을 실사로 옮기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 것. 지난 해 개봉했던 게임 원작의 `워 크래프트`가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혹평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 역시 게임 장면을 기대한다면 연출력의 부재가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부분은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력으로 충분히 커버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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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크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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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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