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예측 못하고 자신의 실행능력 낙관 모든것 예측가능하면 계획오류 없겠지만 불확실한 미래가 희망의 원천으로 작용

사람들은 어떤 계획을 완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노력을 추정할 때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계획오류라고 한다. 하루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일을 실제로는 일주일째 붙잡고 있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원고도 계획한대로 착착 진행되었다면, 이미 사흘 전에는 신문사에 보내졌을 것이다. 그리고 계획대로라면 지금 이 시간에는 평화를 즐기고 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여유는커녕 마감시간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는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연례행사처럼 새해가 되면 범하는 계획오류가 있다. 새해계획을 세우면서 계획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다짐을 한다. 올해부터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외국어 공부도 꾸준히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다. 늘 그래왔듯이 한 해가 지나고 나면 하나도 한 것 없이 일 년이라는 세월을 그냥 보내버리고 만 자신을 보고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계획오류는 너무 강력해서 쉽게 줄이기 힘들다고 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계획오류를 범한다. 계획오류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사람들이 미래예측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예측할 때 일이 진행되는 전형적인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는 과정만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가득 차 있다. 평화롭게 일이 진행되는 모습만을 상상하면서 계획을 세웠는데, 실제로 계획이 실행되는 현실의 곳곳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폭탄들이 터지는 것이다. 계획에는 들어 있지도 않았던 사건들에 대처하다 보면 시간은 늘어지고, 비용과 노력은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지고 마는 것이다.

칼럼을 쓰기로 마음먹은 날은 아무 계획도 없었다. 아니 아무 계획도 잡지 않았다. 하루 종일 칼럼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칼럼 완성이 유일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컴퓨터를 켰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가운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가 근처에 들릴 일이 생겼다면서, 시간되면 점심이나 하자고 한다. 반가운 만남을 끝내고 다시 컴퓨터를 켰을 때, 아침만 해도 멀쩡하셨던 아버지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하셨다. 병원에 모시고 갔다 오니, 존경하는 분의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날아왔다. 다음날 일정 때문에 인사를 드리러 갈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었다.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고, 컴퓨터는 그냥 하루 종일 켜 있었다. 칼럼의 제목을 정했다는 것이 유일한 성과였다. 계획오류.

계획오류가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실행 능력을 너무 낙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획을 짤 때 이미 우리는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한 자신의 모습에 취해버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낙관적 생각이 우리의 삶에 주는 이득이 손실보다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계획오류를 범한 자신을 스스로 너무 심하게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계획오류를 범하게 만든 낙관적 세계관이 우리의 다른 삶의 영역을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계획오류가 없는 삶은 행복할까? 계획오류를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이다. 모는 것이 예측 가능해지는 순간 계획오류는 사라진다. 하지만 그 순간 사라지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불확실성은 두려움과 불안의 근원이지만 동시에 희망의 원천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래예측의 오류가 사라지는 순간, 불확실성과 함께 미래의 희망도 함께 사라져버리고 만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우리를 작심삼일하게 만들고, 계획오류에 빠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희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우리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우리를 가슴 설레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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