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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칼럼] '친박'만 떨어내면 그만인가

2017-01-12기사 편집 2017-01-12 0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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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 분열 책임회피 불과 대선 막판 다시 이합집산 전망 이념 가치 훼손 과거 사과부터

지난해 말 보수세력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으로 양분됐다. 우리 헌정사에서 보수진영 분열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난해 4·13 총선 과정의 전조가 이번 탄핵정국에서 구체화됐고 4당 체제를 형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지난 90년 3당 합당으로 종식된 4당 체제가 26년 만에 부활한 것은, 당시에도 그랬듯이, 가치나 이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어서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다만 탄핵과 대선정국이 혼재된 상황에서 보수의 적통을 누가 이을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보수 적통을 승계했다는 인식이 있어야만 보수-진보의 맞대결로 귀결되는 대선에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열하는 과정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여온 이들 정당은 보수의 적통을 놓고 대선 직전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들은 최순실 일파의 국정 농단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그렇게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으리라곤 상상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속속 드러나는 광범위한 국정 개입과 농단에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분당 이전의 새누리당에게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렸다. 사실 지난 10여년 간 '새누리당은 곧 박근혜'였다. 박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고사 위기에 몰린 당을 살려냈고 '10년 정권'을 이끌었다. 여기에 몸을 실었던 정치인들은 그에 기댔고, 승승장구했다. 그러기에 국민들은 공동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박근혜 탄핵'을 야기한 실체인 박 대통령과 최순실 일파가 여러 형태의 댓가를 치르고 있는 반면 동조세력인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나라를 누란의 위기로 몰아넣은 공범임에도 이들은 입에 발린 몇 마디 말로 사과를 대신했다. 아직까지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나 정계 은퇴를 선언한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권한을 행사하면서 책임은 도외시하는 우리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목도하면서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까지도 등을 돌리고 있다.

더 큰 논란은 탄핵국면에서 박 대통령과 함께 책임을 져야 할 새누리당의 실체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달 27일 30여명의 국회의원이 바른정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또 오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계기로 충청권 및 중도파 일부 의원들이 탈당할 태세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친박과 대구·경북 일부 의원들만 남게 된다. 그나마 구원투수로 투입된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당의 인적쇄신과 체질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지만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독자적인 후보를 내세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처지다. 결국 핵심 친박 몇몇 걸러내고 반 전 총장을 매개로 바른정당과 제3지대에서 통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국민들은 각종 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경험했다. '대선은 뭉쳐서 치르고, 총선은 흩어져 치른다'는 말처럼 정치공학적으로 연합이나 연대, 제휴 등은 얼마든지 가능한 행위다. 하지만 이념적 지향점이나 정강정책 등과 무관하게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것이라면 야합에 다름 아니다. 지금 등을 돌리고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엊그제까지 한울타리에서 몸을 부대끼던 동료들이다. 갈라선 명분도 약하다. '전략적 위장이혼'이란 비아냥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야권의 파상적인 정권교체 공세에 맞설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대선은 단순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우리 정치는 물론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에도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망가진 보수진영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원한다면 보수의 이념과 가치를 훼손한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부터 필요하다. 더불어 무능한 정권에 일익을 담당했던 이들의 자기고백과 책임을 지는 자세가 뒤따라야 한다. 친박 몇몇 쫓아내는 수준의 혁신으로 다시 통합을 노리고 대선에 임한다면 보수진영을 대하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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