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넣으려면 왕복 11km 가야 의료기관도 찾기 힘들어

2일 내포 신도시로 이사온 직장인 정모(33)씨는 최근 들어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충남도청 인근에 사는 그는 자동차를 끌고 출퇴근을 한다. 며칠 전 계기판을 봤을 때 기름이 넉넉한 줄 알았던 정씨는 10일 저녁 퇴근을 할 때 주유표시등이 점등돼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주유소를 찾기 위해 인근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쉽게 발견될 줄 알았던 주유소는 인근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차량을 갓길에 세우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가장 가까운 주유소는 해당 장소로부터 5㎞ 떨어졌거나, 행정구역이 홍성에서 예산으로 바뀌는 곳에 있었다. 그는 저속으로 차를 몰아 홍성읍 인근 주유소에서 간신히 기름을 넣을 수 있었다.

정씨는 "내포는 신도시 아닌가. 운전자들도 굉장히 많은데 어째서 주유소가 단 한 곳도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신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각종 기반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충남도청을 비롯한 도내 주요 기관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지 5년이라는 기간이 지났음에도 입주민을 위한 각종 기반시설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도에 따르면 내포신도시가 위치한 홍성과 예산지역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57개와 67개의 주유소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주유소는 현재 홍성과 예산 전역에 분포하고 있지만, 내포 만큼은 입주민이 큰 폭으로 늘어났음에도 주유소가 1곳도 없는 상황이다. 도청에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는 충남도청으로부터 홍성방면으로 5.4㎞ 떨어져 있거나, 행정구역이 예산군으로 바뀌는 5.3㎞ 지점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내포에 주유소가 없는 것은 다소 떨어지는 경제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주유소는 탱크로리와 차량 입출입로를 설치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은 토지가 필요한데, 큰 폭으로 오른 땅값을 감수할 정도로 내포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내포에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는 인근 홍성이나 예산쪽에 있다. 하지만 이 사이를 오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 주유소 입점이 잘 안되는 것 같다"며 "주유소도 결국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땅값도 오르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없는 것은 주유소 뿐만이 아니다. 의료기관마저 부족한 내포는 홍성의료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병원이 홍성읍 인근에 몰려있다. 열이나 감기 등에 취약한 응급 소아환자는 야간에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직장인 유모(45)씨는 "얼마 전 3살배기 아들이 아파서 내포신도시에 유일한 소아과를 찾았으나 대기시간이 3시간을 넘어 어쩔 수 없이 서산까지 가야만 했다"며 "내포에 30-40대 젊은 부부와 어린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런 시설조차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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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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