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입국을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특정 정당을 선택하는 대신 당분간 민심을 파악하며 제3지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이에 따른 정계개편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이다.

우선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반 총장의 거취에 가장 예민한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인적쇄신을 통해 `친박당` 이미지를 털어내게 되면 반 전 총장이 입당할 것이라는 데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서청원 의원 등의 반발로 제동이 걸리면서 반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당내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추가탈당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반 전 총장이 이들의 즉각적인 합류를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당내에서 정계개편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상대적으로 창당을 진행 중인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며 여유로운 분위기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0일 언론인터뷰에서 "그 분의 평소 정치철학이나 인적관계 등을 비춰봤을 때 대통령이 되려면 정당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고, 정당을 선택한다면 바른정당과 함께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자신했다. 다만 당내 잠룡인 유승민 의원이 오는 2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어서 반 전 총장과의 연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야권에서는 반 전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연대론이 핫이슈로 부상했다. 제3지대의 주요 축인 국민의당은 `자강론`을 펴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와 반 전 총장과의 연대론을 주장하는 호남 중진 간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안 전 대표는 "지금까지 선거를 보면 스스로 믿지 않는 정치세력에 국민이 신뢰를 준 적이 없었다"며 "스스로 정당과 정당의 대선후보가 자신감을 가질 때 그때 국민이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주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주승용 원내대표 등 호남 중진들은 "반 전 총장이 보수 색깔을 빼려 상당히 노력하는 것 같다. (여권인지 야권인지) 의사를 들어봐야 한다"고 정체성 검증을 전제로 한 연대가능성을 열어뒀다.

유력한 당권주자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반 전 총장은 물론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며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반 전 총장과의 회동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과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행보도 주목된다.

`제7공화국`을 내세우며 제3지대론을 강조하고 있는 손 고문은 최근 "2-3월에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며 정계개편 가능성을 시사해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류이다. 김 전 비대위 대표도 반 전 총장이 개헌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를 매개로 연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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