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리고 그가 본 것은 잡초들을 가르고 나뭇가지들을 부러뜨리면서 지나가는 회색의 물체뿐이었다.

그 놈이 지나간 다음 순간에 킥 하는 사람의 비명 같은 소리도 들렸다. 함께 일을 하던 동료 나무꾼이 지른 비명소리였다.

캡틴 베른은 그 나무꾼 말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사냥꾼이 코프레이를 본 현장에 가봤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흘전에 있었던 일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코프레이에게 피살된 나무꾼이 뿌린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나무꾼은 코프레이에게 받친 곳에서 8 m나 떨어진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보여졌다. 코프레이가 돌진하는 무서운 속도에서 그는 8m나 공중을 날아갔던 것이다.

코프레이의 발자국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코프레이는 상상했던 대로 일직선으로 달린 것이 아니었다. 녀석도 회오리 바람처럼 빠르게 달리고 있었으나 앞을 막고 있는 큰 바위나 나무들을 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빠르게 달리면서도 피할 것은 어김없이 피하면서 달리고 있었다. 밀림에 상주하는 짐승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기민성이 그 녀석에게 있었다.

코프레이를 몇 달 동안 사육한 일이 있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동물원이 코프레이는 1톤이나 되는 거대한 덩치인데도 표범처럼 순발력이 있는 기민성을 갖고 있다고 기록한 것도 사실인 것 같았다.

코프레이 사냥대 일행은 그래서 갖고 있는 총의 안전장치를 모두 풀었다. 일행은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이 있으면 순식간에 발포할 자세를 갖추고 밀림을 뚫고 들어갔다.

밀림에 들어간 지 나흘째 되던 날에 코프레이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1t의 몸무게를 싣고 있는 거대한 발자국이었으나 경마장의 말처럼 가볍게 달리고 있었다. 쉬거나 속도를 낮추는 일이 없이 언제나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코프레이가 달리는 앞길을 막는 것이 없었다. 놀랍게도 밀림의 왕자인 범도 그 녀석이 돌진해오는 것을 보고 당황하여 길을 피해주고 있었다. 범뿐만 아니라 열 마리가 넘는 산림코끼리의 무리들도 역시 길을 피해주고 있었다.

사흘째 되던 날 또 희생자가 발견되었다. 미얀마와 인도를 드나드는 마약 밀매자인 것 같은 인도인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모두 충분한 무장과 장비를 하고 있었으나 역시 아무런 저항을 못하고 살해되어 있었다. 코프레이는 그들의 뒤에서 공격을 하고 있었다. 마약 밀매자들은 뒤늦게 그걸 알고 돌아섰으나 총을 쏠 기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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