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연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World Wide Fund for Nature)은 2015년 말에 발간한 `살아 있는 지구` 에서 지난 40년 간 바닷속 생물 수가 절반으로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상어와 가오리, 홍어류는 4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어류의 주 서식지인 산호초도 2050년쯤 멸종될 위기"라고 언급하며 "인간의 어획활동과 환경오염,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져 가는 해양생물을 지키기 위해 지금 즉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혹자는 호박에 갇힌 모기 화석을 이용해 멸종한 공룡을 되살려 내던 영화 `쥬라기 공원`을 떠올리며, 첨단과학기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채로운 해양생물들이 몇 종인지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해양생태계를 보존해 가능한 많은 해양생물들이 지금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뿐이다.

해양수산부는 바다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공간별·생물종별 관리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중 대표적인 해양공간관리 제도가 바로 `해양보호구역지정제도`이다. 이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해역 또는 갯벌을 지정해 집중 관리하는 제도로 지난 2001년 전남 무안갯벌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26개 구역 576㎢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충남 서산시와 태안군 사이에 위치한 내만(內灣)인 가로림만(加露林灣)이다.

가로림만은 `내륙 깊숙이 바닷물을 끌어안아 이슬 맺힌 아침의 숲처럼 고요하고 잔잔하다`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 전해진다. 고운 이름처럼 청정한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서해의 대표적 보호대상해양생물인 점박이물범을 비롯해 붉은발말똥게, 거머리말, 흰발농게 등 여러 희귀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지정된 해양보호구역 26개소 중 가장 범위가 크고(91.737㎢), `해양생물` 보호구역으로는 처음 지정된 곳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곳의 마스코트인 점박이물범은 1930년대까지는 서해에 약 8000여 마리가 살고 있었으나 서식지 파괴 등으로 수가 급감해 최근에는 1000마리 정도만 남은 안타까운 종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충남도와 `가로림만 해양보호구역 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가로림만의 생태계 보호를 위한 갯벌복원사업, 점박이물범 보호 연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연간 관광객이 300만 명에 달하는 순천만 습지보호지역처럼 가로림만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발돋움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할 계획이다.

병아리가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스스로 안에서 알을 쪼고, 어미닭이 밖에서 함께 알을 쪼아 돕는다는 의미의 `줄탁동시`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도랑에서 서해까지` 라는 구호 아래 육상과 해양을 연계한 정책 추진을 선도하고 있는 충남도가 있기에 정부의 강한 해양보호 철학과 함께 아름다운 가로림만과 그곳에서 뛰노는 점박이물범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자손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