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가까스로 인명진 비상대책위 체제를 꾸렸으나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서청원·최경환 두 중진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면서 당내 분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어제 새누리당 의총에서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의 탈당 압박에)승복할 수 없다. 강력한 독재를 끝낼 때까지 계속 갈거다"면서 배수진을 치고 나왔고, 지난 20대 총선 과정에서 이른바 '진박' 감별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최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혁하는 일에 진력을 다해달라"며 탈당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글을 올렸다.

친박 좌장 격인 서 의원 측과 인 비대위원장 관계는 지금 폭발 직전이다. 적어도 서 의원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게 되면 당분간 인 비대위 체제가 정상궤도에 오르기는 벅찰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상임전국위를 재소집해 비대위 구성에는 이르렀으되 일부 전국위원에 대한 '문자 면직' 처리가 빌미가 돼 이 또한 인 비대위원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비대위원장 자리를 팽개치는 강수를 두기도 여의치 않아 이러다 날새게 생겼다. 서·최 의원이 당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이상 인 비대위 체제와의 내전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30명이 넘는 현역 의원들이 새누리당에서 탈출해 나갔음에도, 여전히 당내 주류 세력의 지위에 있는 게 친박계 의원들이다. 재야에 있던 인 비대위원장을 초빙해 당권을 위임한 사실은 맞다 해도 어디까지나 인 비대위원장은 '외부자'에 다름 아니다.

같은 외인 부대 출신 비대위원장이라도 힘이 실릴 때가 있고 한계가 따를 때가 있다. 민주당 김종인 의원이 작년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원장을 맡는 동안 배타적인 리더십을 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총선승리를 지렛대로 한 전권이 부여됐기 때문이었다. 이를 당내 최대 주주 격인 문재인 전 대표가 보장한데다 공천권이라는 절대 무기까지 쥐고 있었다. 인 비대위원장은 그런 우월적 조건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누리당에 들어 왔다는 점에서 핸디캡을 안고 싸우고 있다. 또 하나, 전략적 사고의 탄력성 문제도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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