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쇠락 겪은 스페인 빌바오 미적·기능적 지하철로 도시 성장 각종 기술 적용 과학상품화 제안

한형석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연구실장
한형석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연구실장
도시철도는 시민들의 발로 출퇴근, 지역상권, 사교, 문화, 취미생활 등 다방면에서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전은 1호선에 이어 2호선 및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도 대전도시철도를 애용하는 시민으로서 도시철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찾던 중 예술의 도시 빌바오(Bilbao)에서 그 미래상을 봤다.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 대서양에 인접한 항구도시다. 주변의 풍부한 광산물로 제철, 중공업이 발달했고 유럽산 상품이 해외로 나가는 관문으로 일찍이 부유한 도시였다. 축적된 부와 항구도시의 지리적 장점을 바탕으로 세련된 문화와 예술을 갖고 있어 시민들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도 매우 강하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일본과 한국의 철강제품이 수입돼 제철산업 경쟁력을 잃으면서 전체 인구의 25%가 실업자가 될 정도로 크게 몰락했다. 쇠락한 빌바오를 재건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바로 약 1000억 원을 들인 뉴욕 미술관 구겐하임 유치와 디자인을 접목한 도시철도 건설이다.

이 두 대형 투자를 통해 빌바오는 몰락한 공업도시에서 세련된 문화예술과 관광도시로 완전하게 탈바꿈했다. 현재 매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구겐하임 미술관을 방문하고 있다. 전시관, 회의장, 레스토랑, 상점, 기업들이 새로 들어서면서 일자리가 늘었고 빌바오는 활기가 넘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이러한 경이로운 도시 재생의 배경에는 도시철도가 있다. 단순히 수송만 담당한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이 돼 도시 전체의 예술성을 향상 시키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빌바오는 예술의 도시답게 도시철도 건설에 있어서 무엇보다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국제 공모를 통하여 선정된 영국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와 그의 팀은 도시철도를 현대적이면서도 예술적이도록 디자인했다. 핵심은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이고 미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상 입구부터 지하역에서 열차를 탈 때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한 번의 에스컬레이터 탑승과 20개 남짓의 낮은 계단만 통과하면 된다. 이러한 단순성은 승객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장애 없이 쉽게 열차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지하역의 공간을 넓게 만들어 마치 지상에 있는 역과 같이 폐쇄성을 덜 느끼게 했다. 한마디로 도시철도가 예술의 도시 빌바오를 돋보이게 하는 하나의 작품이 된 것이다. 나아가 단순한 역 구조는 건설비를 크게 낮추었다. 역 입구의 상징물은 마치 도시철도가 폐와 심장처럼 도시 빌바오의 지속적인 건강을 유지하게 해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성공사례 덕분에 `빌바오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

과학기술과 벤처기업의 도시 대전은 과학기술과 도시철도를 융합하면 어떨까. 도시철도는 시민의 건강한 발일뿐더러 과학기술의 든든한 등뼈가 돼 경제성장을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해본다. 새로 도입될 열차에 정부출연연구원, 기술벤처 기업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적용해 안락하고 안전한 이동성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열차가 하나의 과학기술 관광 상품이 되게 하면 어떨까. 역 마다 첨단기계기술을 비롯해 에너지, 정보통신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여 편의성, 안전성을 향상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역사 공간을 연구소와 벤처기업들의 홍보와 신제품 소개장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연구소나 기업들이 역사를 하나씩 맡아서 과학기술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더 쉽게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벤처기업들은 저비용으로 신제품을 홍보할 수도 있다. 전국의 학생들은 대전의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마치 박물관에 온 것처럼 다양한 과학기술을 견학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철도 자체가 과학기술 관광 상품이 된다면 유동인구가 늘고 지역 상권도 살아날 것이다.

과학기술의 도시 대전의 특성을 살려 과학기술과 도시철도를 접목한다면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도시 부흥에 성공하며 `대전 효과`라는 말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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