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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수명

2017-01-10기사 편집 2017-01-10 06: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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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는 '축복'일까. 수명 앞에 동물과 사람의 선택은 천양지차였다.

피조물 창조를 막 마친 하느님. 시작했으니 끝도 책임지기 위해 동물들을 불러 모았다. 가장 먼저 나귀가 도착해 수명을 물었다. 하느님 왈, 30년이야. 대답을 들은 나귀가 한숨을 토했다. 오래 살아 봤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등에다 무거운 짐을 실어 날라야 하고 그렇게 고된 노동을 해도 돌아오는 건, 사람들 욕설과 발길질 뿐이라며 수명을 줄여 달라고 호소했다. 인자한 하느님, 나귀의 통사정에 30년 수명을 12년으로 깎아 줬다.

다음 도착한 동물, 개. 하느님은 나귀한테 처음 제시했듯 30년이 어떠냐고 물었다. 개는 고개를 저었다. 30년을 쏘다닐 다리 힘이 없을 뿐더러 짖지도 못하고 물어 뜯을 이빨도 없어지면 불평 속에 살아야 한다며 울상을 졌다. 인자한 하느님, 개의 심정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30년 수명을 18년으로 줄여 줬다.

세 번째로 하느님 앞에 나선 동물은 원숭이. 하느님은 확신했다. 늘 웃고 찧고 까부는 원숭이만큼은 30년 수명을 고맙게 받아들이리라. 웬 걸, 원숭이도 30년 수명 제안에 손사래를 쳤다. 겉으로는 사람들 앞에 매일 장난치고 웃지만 그저 사과 한쪽이라도 받아 연명하기 위한 몸부림일 뿐 속으로는 슬픔이 깊다고 하소연했다. 인자한 하느님, 원숭이의 슬픔을 외면할 수 없어 30년 수명에서 10년을 덜어줬다.

동물들과 수명 협상에서 하느님이 머쓱해졌을 때, 사람이 나타났다. 하느님, 끈기 있게 30년 수명을 밀어 부쳤다. 사람의 대답은 앞서 동물들과 정반대. 인생 막 즐기기에 30년은 너무 짧다며 좀 더 늘려 달라 간청했다. 하느님, 나귀에서 깎은 수명 18년을 사람에게 얹혀 줬다. 사람이 그래도 불평하자 개의 수명에서 뺀 12년을 더해 줬다. 사람이 계속 조르는 통에 하느님, 원숭이가 거부한 10년까지 보태 준 뒤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돌아가는 사람 표정은 만족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림형제 동화집에 나오는 '수명'의 이야기이다. 동화에 따르면 수명에 욕심낸 조상 덕분에 후손은 70년을 살게 됐다. 오늘날은 과학기술까지 보태져 수명이 더욱 길어졌다. 그만큼 행복해 졌을까. 당신의 수명은 인간의 시간, 나귀의 시간, 개의 시간, 그리고 원숭이의 시간 중 어느 즈음 와 있는가. 새해에 돌아 볼 일이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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