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대전삼육중학교 '최고의 비결'

졸업생 84명 가운데 전기모집 고교 합격자 27명(합격률 32%)을 배출한 중학교가 있다. 3명 중 1명이 특목·자사고에 합격했다니 교육에 관심 있는 학부모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수치다. 바로 대전삼육중학교 이야기다. 대전삼육중은 교육열 높기로 소문 난 대전에서도 '공부 잘 가르치는 학교'로 정평이 나 있다. 무엇보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학력 격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 한 명의 공부 낙오자 없는 학교를 꿈 꾸고 있는 대전삼육중학교의 면학 비결을 알아봤다.

◇규모는 작지만 비전이 큰 학교

대전삼육중(교장 손양호)은 2개 학급으로 이뤄져 있다. 대전지역에서 가장 적다. 한 학년 학생수는 80명 안팎이다. 전국 초·중·고교를 통틀어 학급당 학생 수가 가장 많은 학교로 손꼽힐 정도다. 하지만 콩나물 시루 속에서도 교사들의 교육 철학과 학생들의 비전은 빛났다.

고교 진학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2017학년도 전기고 모집에서 대전외고 5명, 전주 상산고 3명, 대구영재과학고 1명, 서울예고 1명, 대전예고 2명이 합격했다. 2016학년도에는 전주 상산고, 동신과학고, 공주사대부고, 세종국제고에 각각 1명, 대전외고 2명, 대전예고에 2명이 진학했고, 2015학년도에는 천안북일고 국제학부, 청심국제고, 전주상산고, 대전예고에 각각 1명, 대전외고 5명이 진학했다.

빼어난 진학실적은 전기 모집 고교 뿐만 아니다. 교육부가 전국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늘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교과별 학업성취 추이 파악을 위해 전국의 모든 중3 학생과 고2 학생을 대상으로 국어·수학·영어 과목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해 과목별로 '우수', '보통', '기초', '기초미달'의 4단계로 나뉜다. 학업성취도가 80% 이상인 학생은 우수, 50-80% 학생은 보통, 20-50% 학생은 기초, 20% 이하 학생은 기초이하에 해당한다. 같은 날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학교와 학생의 학업 수준을 파악하는 데 지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2016평가에서 대전삼육중의 과목별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무려 99%에 달했다. 이는 대전시 전체 평균(85.1%·중3 및 고2)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애초에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은 게 아니냐'는 일부 학부모들의 오해나 편견이 무색할 정도로 삼육중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고르다는 의미다.

◇삼육중의 저력, 매일아침 15분 독서

대전삼육중 학생들은 하루 공부의 시작을 '아침 15분 독서'로 시작한다. 손양호 교장이 직접 학생과 교사들의 책 읽기를 독려해 누구도 빠짐 없이 책을 읽는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한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는 손 교장의 신념은 학생들의 책 읽기를 습관에서 즐거움으로 키워냈다. 선생님과 제자는 서로가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알 정도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아예 교사들이 직접 필독도서와 권장도서, 진로도서, 인생 롤 모델 소개도서를 선정해 교과 연계성을 높이는 시너지도 내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책 읽기 프로그램이 학생들 마다 한 권씩 갖고 있는 독서록 '굿모닝, 북(book)모닝'에 모두 담긴다는 점이다. 독서노트에 기록된 내용은 학생부에 기록되는 것은 물론 수행평가에도 반영하고 교내상인 '다독상'의 근거가 되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독서록의 첫 페이지는 이해인 시인의 시(詩) '책을 읽는 기쁨'이 씌여있다. '(전략)책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느 한 구절로/ 내 삶의 태도가/ 예전과 달라질 수 있음을/ 늘 새롭게 기대하며 살자.'는 시의 구절은 삼육중학교가 왜 공부 잘 하는 학교로 성장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부하는 태도가 달라지니 성적은 오를 수 밖에 없다.

오세원 교감은 "독서록은 작성 방법과 독후일지, 마인드맵하기, 육하원칙에 따라 간추리기, NIE노트 등으로 구성됐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관리하고, 자신의 독서 수준을 점검할 수 있어서 학교의 독서일정만 따라 해도 독서종합관리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고, 학부모들의 고민인 독서이력관리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솔로몬반

책을 통해 배양된 풍부한 감성과 지성은 대전삼육중의 사랑·정직·봉사의 교훈 아래에서 지·덕·체(智德體) 삼육 교육으로 완성된다. 특히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인 '솔로몬반'은 세분화된 3단계 영어·수학 수준별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솔로몬반'은 특장점은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매일 90분씩 학교 선생님들이 직접 주요과목 심화학습을 진행한다. 방과후 수업 이후 밤 9시까지 자기주도학습이 이뤄진다. 각자 자신의 진도와 성취수준에 맞춰 인강을 듣거나 자율적으로 학습을 하고 이 과정에서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한 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모든 학생이 스스로 학습플래너(사닥다리)를 작성하는데 담임 교사 뿐만 아니라 교장과 교감 선생님이 직접 챙기고, 점검한다. 교사들의 헌신은 학생들 저마다의 목표와 다짐이 시종일관 흐트러지지 않는 비결이다.

차금숙 방과후부장(진학담당)은 "올해는 솔로몬반을 보다 강화해 학기마다 인성캠프와 진로캠프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솔로몬반 지도교사를 중심으로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연계된 맞춤형 일대일 진로지도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학업능력·인성교육 특색사업이 성과 밑거름

교과교실제를 운영중인 대전삼육중은 영어와 수학과목의 수준별 맞춤 수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기초, 보충, 심화의 3단계로 나눠 1개 반을 3개 반으로 분반해 해당 교과교실에서 이동수업이 이뤄진다. 10명 안팎의 소수 정예로 수업이 진행돼 수준별 맞춤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진학지도 역시 개인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전과목 교사와 담임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학생부를 밀도있게 기록한다. 특히 과목별 세부특기 사항을 상세히 기록해 특목·자사고 진학 준비에 최고의 솔루션이 되고있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1인 1악기 활동은 재능개발과 인성교육, 협동심 등을 키우고 있다. 1인 1악기 발표회, 오케스트라 활동, 합창활동, 송년음악회 등을 통해 학생들이 성취감과 자부심을 갖도록 한다. 또 삼육 바른 인성 5품 인증제(예술품·봉사품·독서품·인성품·수련품) 인증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손양호 교장은 "참된 인성교육과 자율적인 진로탐색, 세계를 향한 도전정신을 통해 글로벌 인재로 키워지고 있다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심어주는 것이 학업 성취나 동기 부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공부 잘 하는 학교라는 세간의 이야기와 그에 걸맞는 진학 실적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만들어 낸 자랑스러운 결실"이라고 말했다. 권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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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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