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직장에서 또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성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막연하지만 중요한 인성, 아마도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인간미가 없어지는 안타까운 모습에서, 우리가 끈끈한 애정을 느끼고 싶은 욕구에서 `사람다운 사람, 인성이 좋은 사람`을 더 찾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의 성품은 어린 영·유아 시기의 반복된 훈련과 자연스러운 배움에서 형성되고 만들어진다. 이러한 성품과 행동특성이 자연스러운 성장과정 속에 한 인간의 인성으로 자리 잡게 될 때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은 바로 부모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중요하고, 인간발달 성장주기에 연령별로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하지만 요즘 현대사회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며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가슴 아픈 현실이다. 페스탈로치는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에 `어머니는 하늘이 내리신 교사다`라고 적고 있다. 모성에 대한 신성한 임무는 자녀를 배려 깊은 사랑(a thinking love)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유아의 `가슴발달`을 돕기 위해 영유아가 자신의 내면에 깃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들의 덕성을 키워내는 데 어머니의 친절함이 아이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공감을 자아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어머니들과 아이들을 보면 무언가 하고 있는 일은 많은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왜 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무턱대고 좋은 것이라며 따라하는 부모들이 많다. 우리의 부모들은 바쁜 일과 속에서도 농사짓고, 가을걷이를 하고 와서도 아이들과 밥을 먹으며 하루를 이야기하고, 저녁엔 손가락에 실을 끼워가며 실놀이를 하면서 낮 동안의 허전했던 아이의 정서를 따뜻이 녹여주는 부모의 역할을 해 주셨다.

하지만 요즘 어머니들은 아이를 위한다는 전제 하에 `어느 문화센터에 있는 영·유아 프로그램 강좌를 신청할까? 어디에 있는 어린이집이 좋은가? 어떤 과외활동을 시키는 것이 더 좋은가?`를 고민하지 정작 아이들과 함께 스킨십을 하고 놀아주고 나누는 시간을 더 함께 할까를 위해 고민하지는 않는다. 저출산 사회의 국가가 당면한 어려움을 맞벌이 부모의 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부모자녀 간의 상호작용은 어느 사이 공보육, 공교육이라는 주제아래 기관이 모두 떠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성품을 길러내고, 인성교육을 자연스러운 가정생활 속에서 부모가 해 주어야 하는데 실행되고 있지 못하다. 세상은 살기 편해졌지만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 세상이 되어 버렸다. 자녀를 양육하고 따뜻한 사랑을 가슴으로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정작 태어나서부터 7년이다. 출산하면서부터 초등학교 들어가기 취학 전 7년은 부모로서의 역할과 부모가 `함께` 해주어야 할 것들이 꼭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바쁜 아침과 맞벌이로 인한 짬 없는 일상은, 어느 새 아침은 우유 한잔으로 따뜻한 저녁시간은 어린이집 시간연장반에서 해결하는 저녁시간이 되어 버렸다. 주방에서 어머니의 저녁식사 준비를 보며 자라는 아이들보다 패스트 푸드점에서 돈으로 음식을 사서 계산하며 먹는 것을 보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다.

부모가 해 주어야 할 일들은 집에 와서 아이가 빨리 잠자리에 들어 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마음도 따뜻한 아이로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은 도둑놈 심보가 아닌가 싶다. 자녀는 하루아침에 근사한 모습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까지도 끊임없이 기다려주고, 정성을 들이며 사랑하고 나누고 함께 했을 때 건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

새해를 맞아 부모는 아이들에게 기대를 갖는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똑똑하게 더 잘 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새해가 무언지도 모르며 부모가 계획하고 짜 놓은 스케줄에 또 가방을 둘러매고 나가게 된다. 아무리 바쁜 생활이라도 진정 가슴으로 안고, 따뜻함으로 나눌 수 있는 부모 역할을 하겠다고 새해 다짐을 하고 실천하는 것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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