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있으랴마는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심난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단순한 균열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 자체가 무너져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물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과 대비되는 사회발전 기제가 바로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에는 공공부분 및 민간부분의 효율적 거버넌스 구축에 기여하는 요소들이 포함되는데, 그 토대를 이루는 것이 신뢰다.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는 유지될 수 없으며 신뢰가 낮은 사회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국가경쟁력이나 국민행복지수 등 국가적 차원의 지표들까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기능은 막대하다. 특히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의 문제는 10년 전 광우병 파동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적 갈등과 많은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독일의 학자인 칼 하인츠(앙겔라) 슈타인뮐러 부부는 공저 `기술의 미래, 상상 그 너머 세계`에서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농산물을 포함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의 이유로 불신을 꼽고 있다. 그들의 말대로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 달라는 소비자의 요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다양해질 것이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그동안 정부양곡 검사와 양곡표시제 관리, 잔류농약·중금속·병원성미생물 등 농산물 안전성조사, 유통 농산물과 음식점에 대한 원산지표시 관리,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를 비롯한 농식품 인증 관리 등 농식품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 중추관리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정체불명의 수입농산물이 넘쳐나는 지금,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우수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농관원의 역할 속에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강조하고 싶다.

사회적 자본은 어느 일방이 개별적으로 소유하는 자본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속에 내재하는 것이며 그 이익이 공유되는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다. 또한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하는 특성을 지닌다. 정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시민사회의 능동적 참여가 올바른 정책을 견인하고 그러한 정책이 시민들에게 긍정적 작용을 하는 선순환 구조가 원활하게 작동을 할 때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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