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시작되었다. 탄핵심판에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변호인측이 탄핵요건에 대해 부정하거나 반대할 것이라는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심판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대통령 변호인의 변론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물론 현재 특검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그 사실 여부가 재판을 통해 확정된 것도 아니어서 무엇이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들과 특히 대통령의 행적과 국정운영 방식은 `설마`라는 수식어가 반드시 들어가야만 하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설마`가 대부분 사실이라는 것이고, `과연 이럴 수가 있나?`라는 의문투성이다. 거기에다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은 물론이고 국정조사와 재판과정, 헌재심판에서 보여주는 대통령 측근들의 행태는 국민감정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들은 소환이나 출석에 아예 응하지도 않고, 혹 출석을 하더라도 `모른다`와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하고 있으니 법을 어겨서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법을 악용해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 같은 보통의 국민은 사소한 법이라도 어기게 되면, 그 대가를 반드시 받게 되어있다. 비근한 예로 만약 업무시간을 어기거나 개인적인 일로 출근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처분을 받아야 하고, 소위 김영란법을 어기게 되면 역시 이에 상응하는 처분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당연하고 구별되는 것이 대통령에게는 구별이 없다. `관저`라는 곳이 숙식과 개인생활을 하는 곳인지 아니면 집무를 하는 곳인지의 구별도 없고, 소위 `출근`이라는 개념도 없으니 말이다.

우리 사회에 그래도 공정하다고 생각되어 그 동안 이의제기가 발생하지 않은 대학입시 조차도 이번 사태를 통해 더 이상 공정하지 않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한 경쟁, 기회의 평등과 같은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원칙도 `그들`에게는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드러났다. 국정농단과 대통령의 탄핵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촛불의 민심도 우리가 바라고 우리 후대에게 물려주고자 했던 미래의 대한민국도 `이들`에게는 불순한 자들의 억지로만 들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행위와 그 측근들의 비리와 국정농단, 그리고 모든 것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분노하고 실망하고 촛불을 드는 이유가 이들의 잘못을 탓하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분노하고 실망하는 것은 바로 이들의 행위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과 바로 이들의 행위로 인해 그나마 정의와 공정의 원칙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과연 무엇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인가?`를 위해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서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 이유는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회의감에도 불구하고 그 나마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나름의 발전을 이루고 있음에는 분명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정의와 공정이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성은 그 동안 개인적인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이것은 촛불을 드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그렇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어렵고 힘들지만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국민들에게 찾을 수 있다. 비록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이 크게 훼손된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바로 우리와 같은 보통의 국민들에게는 아직 정의도 살아 있고 공정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유지되고 희망을 갖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바로 우리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