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0-19 00:00

[신년기획] "한탄만 하면 어둠 그대로 … 내 이웃을 행복하게 해야"

2017-01-08기사 편집 2017-01-08 17:12:37

대전일보 > 사람들 > 인터뷰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첨부사진1
갈등과 대립으로 대한민국이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촉발된 탄핵 정국은 국민들에게 큰 아픔과 실망감을 심어줬다. 수많은 국민들은 촛불로 자신들의 분노를 표현했지만 그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낸다면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충청권의 대표적인 종교 지도자인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는 "이웃을 행복하게 만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상생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생은 왜 필요한 것인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유흥식 주교에게 들어봤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시는지.

"탄핵의 이유는 명백하다. 국민주권과 법치주의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유린한 반 헌법적인 행위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이와 소통해 국민을 통합하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고,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을 생각하면 산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밝혀진 정치 실상은 그 약속에 상반되는 양상이었다. 국정을 농단하는 여러 행위는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배신한 행위이다. 그 책임을 묻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 정치의 참 모습을 이제라도 실현하려는 국민의 준엄한 의지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드러났다고 확신한다."

-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그만큼 실망감이 크다는 얘기인데, 국가·지역의 어른으로서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촛불집회 참석여부를 떠나 분노와 허탈감에 따른 전 국민의 저항은 우리 사회의 변혁을 바라는 절박한 마음이었다. 이제 대통령은 즉시 하야해 국정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마지막 용서를 청하는 길이다. 또한 촛불집회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모두에게 대한 저항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 촛불은 국민의 지지를 당리당략이나 개인적 이익 추구를 위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려는 모든 정치인들의 은폐된 검은 마음과 행동을 밝히고 심판하는 촛불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해가 지날수록 우리 사회에서는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천주교의 시각에서 볼 때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복음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모든 이들이 서로 더불어서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이 서로 평등한 가운데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고향에 대한 애향심은 필요하고 또 매우 좋다. 그러나 공(公)과 사(私)를 구분할 줄 아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이웃을 또 다른 나로 볼 줄 알 때에 더불어서 함께 살 수 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으며, 이웃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 나만 행복하려고 하면 모두가 불행하고, 이웃을 행복하게 만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물질 숭상, 극단적인 이기주의, 무한경쟁 등을 극복하고 함께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 최근에는 남성과 여성 간의 갈등도 불거지며,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되살리기 위해 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남녀는 서로 보완하며 함께 사는 존재이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구별이 되지만 서로 차별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남성의 경우 어머니가 여성이고 자매가 여성이며 여성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남성이며 형제가 남성이다. 서로 존중하고 함께 살아야 사회가 온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매우 '남성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여성들이 사회의 더 많은 분야에 진출해 '여성다움'의 특징을 살린다면 우리 사회가 더 조화로운 사회로 변화될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가 우리 사회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다."

- 장기적인 취업난으로 인해 꿈과 희망을 잃고 어렵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면.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일자리가 없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배운 것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결혼 등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계속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젊은이들도 자신의 전공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문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나는 뒤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돈도 없다고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땀 흘려 노력해 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인이 되면 틀림없이 기회는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준비한 이에게는 찾아온 기회를 즉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2년이 지났다. 그동안 교황의 메시지를 실천하려는 어떤 노력이 있었고 변화된 것은 무엇인가.

"교황님께서는 만나는 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셨다. 이웃과 대화하고 이웃과 함께 살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사람' 중심의 메시지를 실행에 옮기면서 새로운 인간 중심의 문화를 건설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다. 교황님께서 일관되게 강조하고 계신 오늘날의 악이 '개인주의'와 '소비주의'이다. 개인주의가 서구에서 시작된 것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여과 없이 수용되었고 이것이 소비주의와 결합하면서 돈 중심, 경쟁 위주의 문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자비', '연대', '가난', '만남'의 정신을 우선적으로 실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 천주교 대전교구장으로 취임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대전교구에 있었던 변화나 앞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면.

"대전교구장이 된 지 12년쯤 된다. 많은 부족함이 있었지만 교구 사제들과 수도자, 신자들의 큰 사랑과 협력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일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제6차 아시아 청년대회가 열렸던 우리 대전교구를 찾아오셨다는 사실이다. 교황님께서는 한국교회의 순교자들, 가장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대전교구를 찾아오셨다. 나는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모든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정답을 우리의 선조들에게서 찾으려 한다. 그분들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영접하고, 복음을 세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사는 삶에서 새로운 혁신을 가져왔다. 우리는 이러한 삶을 살아간 순교자들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 새해는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이다. 종교 지도자로서 앞으로 우리나라에 어떤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번에 겪은 어려움을 통해 정치인들에게 새로움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뜻이 전달됐기를 바란다.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정직하고 투명하며, 늘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소통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깨달았다. 더 이상 속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말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모습을 보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지역, 계층, 세대를 넘어 공(公)과 사(私)를 구분할 줄 아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선거는 국민들의 정치의식의 표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선거를 잘 해야 나라가 발전한다."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가톨릭 신자와 대전 시민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매우 어려운 2016년을 사시느라고 수고 많으셨다.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고 있다. 특별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미래의 발전을 위한 도약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어려울수록 서로 돕고 나누는 정신이 중요하다. 세상이 어둡다고 아무리 한탄해도 어둠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 자신을 태우면서 작은 촛불을 밝히면 세상의 어둠은 밝아지기 시작한다. 특별히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씀을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확신하기를 기원한다." 대담=성희제 취재2부장 정리=박영문 기자



유흥식 주교는 195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논산 대건중학교와 대건고교를 졸업한 후 로마 교황청이 세운 라테란 대학교에 유학해 그 곳에서 사제서품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대전가톨릭대학교 총장을 역임했으며 대전교구 부교구장을 거쳐 2003년 주교 서품을 받고, 2005년 4월 대전교구장에 취임했다. 2007년에 로마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위원에 피선됐다. 2008년 대전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아 펼친 도보 성지순례가 종교계는 물론 범사회적으로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성희제기자의 다른기사보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