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도전 공식화… 검증대 올라 충청대망론 현실화 기대감 고조 도정성과·전력 등 풀어야할 과제

성희제 취재2부장
성희제 취재2부장
19대 대선 앞 `충청 대망론`이 구체화되고 있다. 중심엔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다. 지난 4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해, `정치 시계 추`에 가속 페달을 달았다. 안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지역·계층·세대 통합 △민주주의 복원 △공정사회 건설 △동북아 안정 등에 대한 포부를 밝히며, "이번 19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도전한다"고 밝혔다. 안 지사의 대선 출마는 사실상 충청 대망론 `주연 경쟁`에 불을 붙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귀국, 충청 중진 정치인의 행보 등과 맞물리며 다양한 정치적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충청 대망론 경쟁 가열, 지역정가 지각변동에 따른 세력 재배치로 이어지며, 어제와 다른 모습의 충청 정치를 만들어 갈 것이란 얘기다.

안 지사의 대선 출마 공식화는 지역 입장에서나 전국적 측면에서나 일단은 고무적이다. 우선 지역의 정치적 위상 제고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영·호남 패권정치의 `곁다리` 역할을 했던 충청이 정치적 주류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당, 정파를 떠나 충청출신 대선 후보 배출 가능성이 높아지며 `허울만 좋은` 캐스팅 보트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충청은 정치적 결과에 따라 보·혁 또는 각 정파 중 어느 한쪽의 지지 성향이 강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안 지사의 도전장은 정치적 세대교체를 바탕으로 한 시대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87년 헌법`으로 대변되는 구체제에서 벗어나, 현재 상황에 맞는 개헌을 통해 시대·사회를 바꾸게 되는 기폭제가 될 여지가 있다. 안 지사 대선 도전에 대한 기대는 최근 불거진 비선실세 국정농단과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 큰 폭발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뭔가 께름칙한 측면도 없지 않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직후 치러지는 대선이 갖는 양면성이 이유라면 이유가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일견하기에 젊은 리더 안희정에게 현재 상황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때에 따라선 다양한 시너지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를 상정하면, 상황이 180도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지사가 치러야 할 대선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그 어느 선거보다 촘촘해진 `검증의 그물`이 준비돼 있다. 과거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살았느냐, 그리고 어떤 성과를 냈느냐가 대선가도의 향배를 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과거를 돌이켜 보면 안 지사가 넘어야 할 `검증의 벽`은 생각보다 높아 보이기도 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권력쟁취의 로드맵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 삶의 궤적부터 보자. 과거 안 지사는 반미(反美)를 외치고 전직 대통령에게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던 청년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업자`라 불릴 만큼 `뼛속까지 친노`였다. 한쪽 진영에 치우쳤다는 꼬리표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인이란 얘기다. 이는 안 지사가 갈등과 증오의 정치를 끝내고 화합의 정치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를 던진다. 앞서 안 지사가 모든 대통령에게 공과 과가 있음을 얘기하며, `공(功)의 계승` 의지를 밝혔어도 말이다.

재선 도백으로서 일궈낸 성과 역시 안 지사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작은 정부`로 불릴 만큼 국정의 판박이인 도정을 이끌며 괄목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는 안 지사가 아직 대선주자로 여물지 못했다는 주장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안 지사는 과거 자치분권, 3농혁신, 역간척 등 거대 담론을 던지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도백 7년차를 맞은 현재까지 자신이 던진 담론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안 지사의 정부가 출범하게 될 경우, 국정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충남도의 대표적 오명인 `청렴도 평가`역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젊은 리더 안 지사가 이끌었던 도정이 전국 지자체 청렴도 평가에서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기록은 지워지지 않은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

어찌 됐든 충청은 광복이래 최고의 정치적 호기를 맞고 있다. 안 지사, 반 전 총장 등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가 지역 출신이다. 이 같은 충청의 `정치적 풍년`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충청의 인물을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정유년 새해 충청인, 충청출신 대선주자 앞에 놓인 최대 과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성희제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