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필리핀 어린이들을 위해 영어동화책 `언니들이 들려주는 얼렁뚝딱 동화`를 출판했다. 사진 왼쪽부터 홍예린, 이영서, 이소연 학생도 출판에 참여했다. 사진=윤평호 기자
복자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필리핀 어린이들을 위해 영어동화책 `언니들이 들려주는 얼렁뚝딱 동화`를 출판했다. 사진 왼쪽부터 홍예린, 이영서, 이소연 학생도 출판에 참여했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의 복자여고(교장 윤성화·천안시 성황동) 학생들이 가난으로 책 한권도 접하기 어려운 해외 아동들을 위해 직접 영어동화를 쓰고 단행본까지 출판해 화제이다.

복자여고 영어동화 봉사 동아리 `Fairy In Tales`는 영어동화책 `언니들이 들려주는 얼렁뚝딱 동화`(학이사·이하 언니동화)를 최근 정식 출판했다. 언니동화는 백설공주, 잭과 콩나무, 인어공주, 흥부놀부까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13개 동화를 담고 있다. 동화 내용이 그대로 실린 것은 아니다. 요즘 언니들인 여고생들이 때로는 신선하게, 때로는 발칙한 상상과 유머를 더해 새롭게 썼다. 동화의 기본 틀은 차용했지만 반전과 패러디가 돋보인다.

언니동화 출판에는 동아리 회원 30여 명 모두가 참여했다. 13명 학생들은 영어로 동화를 썼고 다른 학생들은 그림이나 교정으로 참여했다. 이들 학생들은 학기초인 3월부터 영어동화책 출판을 준비했다. 동아리 자체가 영어 동화책 출판을 목표로 태동했다. 학생들이 영어 동화책 출판에 의기투합해 동아리까지 결성한 데에는 아름다운 사연이 숨어 있다. 복자여고는 해마다 겨울방학 기간 학생들 가운데 일부가 필리핀 퀘손시티로 해외 봉사를 다녀온다.

동아리의 기장인 이소연(2학년) 양은 "필리핀 봉사를 다녀온 친구들에게서 현지 아이들이 낙후된 환경으로 읽을 책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리가 영어 동화를 써 책을 출판해 선물하면 어떨까 상상했고 주변에 뜻을 밝혔더니 금새 동아리 회원들이 모집됐다"고 말했다.

회원 모집은 수월했지만 책 출판은 쉽지 않았다. 동아리 회원 전부가 동화는 한번도 써 본 경험 없는 초보 생짜 작가들. 모둠을 구성해 무턱대고 창작동화와 패러디 동화 쓰기에 도전했다. 결과물은 신통치 않았다. 동화쓰기가 만만한 일이 아님을 절감했다.

길은 고수의 도움으로 열렸다. 동시와 동화집 여러 권을 출판한 김미희 작가를 지난해 여름 초청해 특별 강의를 들었다. 김미희 작가의 조언으로 패러디 동화로 방향을 정하고 본격적인 글쓰기에 돌입했다. 한 편의 동화가 얼개를 갖추면 서로 돌려보며 다시 쓰고, 고쳐 쓰기를 반복했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복자여고 박지성 교사는 어색한 영어 표현을 다듬어 줬다. 가장 큰 도움은 역시나 고수. 김미희 작가는 전자우편을 통해 학생들과 동화 초고본을 주고 받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출판사도 김 작가가 소개했다. 출판사는 학생들의 동화 쓰기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출판에 나섰다.

2016년을 학과 수업 외에 틈틈이 영어동화책 만들기로 보낸 `Fairy In Tales` 동아리 학생들은 요즘 책 판매에 열성이다. 동아리 회원 이영서(2학년) 양은 "정가가 1만 2000원인 책을 친구들에게 저자 특별 할인으로 1만 원에 팔고 있다"며 "판매대금 전액으로 `언니동화`를 구입해 오는 2월 떠나는 복자여고 필리핀 봉사단 편에 책 선물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어동화 쓰기와 책 출판을 처음 경험한 홍예린(2학년) 양은 "한번에 그치지 않고 새로 들어오는 신입 회원들에게도 영어동화쓰기가 이어져 필리핀 아이들에게 새로운 책을 꾸준히 선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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