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광활한 우주 한복판 나혼자 산다면

패신저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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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 혼자 살아 있다면? 한 번쯤은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된다면. 마치 교통사고처럼 어느 순간 나한테만 닥친 일이라면, 난 어떤 선택을 할까. 포기와 전진, 두 가지 갈림길에서.

먼 미래의 지구에서는 개척행성으로 떠나는 여행 상품이 유행하고 있다. 삶을 바꿔보고자 하는 이들이 큰 비용을 투여해 이주를 계획하는 이 여행에 참여한 이들은 5000명이다.

258명의 승무원들까지 총 5258명의 탑승객을 태운 채 초호화 우주선 아발론 호가 지구를 떠난다.

아발론 호가 터전II라고 불리는 개척행성에 도착하기 약 4개월 전, 모든 탑승객이 동면에서 깨어나 이주에 알맞은 적응 교육을 받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오류로 인해 단 두 명 만이 남들보다 90년이나 일찍 깨어나 버린다.

`120년간의 동면 여행 중 90년이나 일찍 깨어나 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영화 `패신저스`는 그 어떤 재난 상황보다 더욱 절박하면서도 공감가는 스토리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지구에서 엔지니어의 삶이 불만이었던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은 120년 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세상을 꿈꾸며 이주를 꿈꾼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은 250년 후의 세상을 소설에 담기 위해 여행을 꿈꾼다. 그러나 두 남녀의 꿈은 남들보다 90년이나 일찍 깨어나게 되면서 산산조각 나고, 아발론 호가 이들을 일찍 깨운 이유를 깨닫는 처절한 싸움이 시작 된다.

2007년 개봉한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에도 윌 스미스는 좀비 바이러스가 덮친 세상에서 혼자 살아남았다. 그가 생의 의지를 다졌던 것은 함께 있는 반려견과 곳곳에 살아남은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생물체가 아닌 전원 버튼만이 켜져 있는 로봇만이 내 존재를 알고 있다면 삶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향한 항해라는 결론에 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 선택은? 막연히 SF영화라 생각했던 `패신저스`는 영화의 절반을 할애해 인간이 세상에 혼자 깨어있을 때 내보이는 여러 감정적 곡선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캐릭터의 공감을 바탕으로 몰입하게 한다.

최근 헐리우드의 SF영화 기조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 탄탄한 스토리와 볼거리를 담아내며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면 몇 년 새 헐리우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철학`을 담아낸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 마블의 히어로 시리즈 `아이언맨` 등이 그렇다.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 SF영화에 녹아들면서 의미는 배가 되고 철학적 서사가 담기면서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도 여운이 남게 된다.

영화는 계급론도 담고 있다. 같은 크기, 같은 성능, 같은 옷을 입고 들어간 동면 기계를 벗어나면 사회계급은 지구에서와 같다. 5000명의 탑승객들은 최상위층인 골드클래스, 중상위층, 하위층 등으로 나눠 숙식 수준을 정한다. 하위계층은 커피에서도, 주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지구에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는 우주선에서는 골드클래스에만 배정이 된다. 모카커피를 엔지니어가 마시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배터리 오류로 90년이나 남은 항해에서 일찍 깨어버린 주인공 짐 프레스턴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외모에 빠져 결국은 여주인공을 깨운다. 금수저인 여주인공과의 만남은 그가 원했던 이주의 삶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여주인공은 `제대로 깨어났다면 전혀 만날 수 없지만, 우리는 만나게 됐다`고 읊는다.

볼거리는 충분하다. 거대한 우주선, 안전 항해를 위한 장치인 원자로 쉴드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그러나 헐리우드 영화답게 깔끔한 결말에 욕심을 내어서일까. 용접기에는 떨어지는 문이 방출되는 원자로의 남는 열을 견디고도 남는 것, 188㎝의 거구의 주인공을 여주인공이 이동시키는 장면은 새해 희망을 주려는 헐리우드의 의도인가 싶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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