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렝게티 법칙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은 세상 만물에 작용하는 물리 법칙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끝내 그 법칙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 뒤를 이은 현대 과학자들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형태와 상호관계를 하나의 통일된 개념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규모의 물리학에서 나타나는 중력과 양자론의 미시 세계를 통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세렝게티 법칙`의 저자는 바이러스에서 코끼리까지, 분자의 미시적 세계부터 우리가 사는 광활한 지구 생태계를 가로지르는 거시적 세계까지 하나의 보편적 법칙이 꿰뚫고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분자 세계의 미시적 법칙과 생태계의 거시적 법칙은 세부 사항은 다를 수 있어도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 논리는 놀랄 만큼 비슷하며 모든 것은 조절된다는 것이다.

우리 몸속에는 모든 분자를 하나하나 조절하는 법칙이 있고, 야생에는 모든 동식물의 수를 조절하는 법칙이 있다. 이것이 바로 `세렝게티 법칙`이다.

성인의 몸을 구성하는 37조 개의 세포들은 200개가 넘는 종류로 구분되며 이렇게 서로 다른 수많은 세포를 적당한 수만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조절과 규제가 필요하다.

20세기 분자생물학의 혁명과 더불어 인간은 생명을 분자적 수준에서 바라보게 되면서 바로 이 모든 것이 빈틈없이 `조절`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월터 캐넌의 투쟁-도피반응, 자크 모노의 효소 조절 법칙, 찰스 엘턴이 발견한 먹이사슬 등 20세기 생물학에서 밝혀낸 분자 세계의 생리적 법칙과 생태학 법칙 뒤에 `생명의 논리`라는 공통된 이치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포식, 영양 종속 등 구체적인 조절 방식은 콜레스테롤 합성이나 세포분열 등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방식과는 당연히 다르다. 하지만 양성·음성 조절, 이중부정의 논리, 피드백 조절 등의 과정은 미시적 규모나 또는 거시적 규모에서 동일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여러 과학적 증거들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효소 조절의 수수께끼를 풀어 마침내 노벨상까지 탄 자크 모노 등 이 책 속에는 자신이 품은 호기심의 답을 찾기 위해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지녔던 개척자들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다. 저자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든 선구적인 과학자들의 삶을 소개하며 그들이 발견한 생명의 법칙이 우리 삶과 우리가 사는 지구의 안녕에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지 들려준다.

지구 상의 모든 서식처에서 최상위 포식자이자 가장 큰 소비자는 인간이다. `인간은 확실히 생태계를 독점하는 핵심종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생태계의 법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생태계에 해를 가한다면 결국에는 최후의 패자로 남을 것이다`라는 동물학자 로버트 페인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박영문 기자

션 B. 캐럴 지음·조은영 옮김/ 곰출판/ 352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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