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98만여 명이다. 처음으로 연간 10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일본의 전체 인구도 5년 전보다 94만 명이나 줄었다. 인구조사를 시작한 후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80만 명에 달했던 신생아 수가 갈수록 줄어, 2002년 50만 명 선이 무너진데 이어 올해 40만 명까지 뚝 떨어졌다. 올해는 일할 수 있는 생산 가능인구, 즉 15세에서 64세 사이 인구가 처음으로 줄어드는 `인구절벽`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인구절벽은 전체 인구에서 생산 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청장년층의 인구 그래프가 절벽과 같이 떨어지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경제예측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지출이 2010년에서 2018년 사이에 정점을 찍은 후 내년부터 인구절벽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인구절벽은 이미 시작됐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2명 정도로 OECD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출산율이 저조한 건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결혼을 해도 아기 낳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고생 2명 중 1명은 결혼하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을까. 10명 중 6명은 공부나 일을 위해 결혼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결혼을 꺼리는 원인은 일자리와 주거문제 때문이다. 실제 20-30대가 서울에서 평균적인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 한 푼 안 쓰고도 꼬박 12년 반을 모아야 한다. 신혼부부 10쌍 중 6쌍은 결혼 5년이 지나도록 집을 장만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절벽은 베이비붐 세대가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32.5%가 1955-19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다. 55년생이 65세가 되는 2020년부터는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게 된다. 인구절벽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지난 10년간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0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출산율 저하는 학교나 군대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비상상황을 일으킬 게 뻔하다. 소비절벽과 함께 성장률을 저하시켜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할 상황이라면 지금이라도 저출산 고령화로의 진입을 늦추고 연착륙할 수 있게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다. 곽상훈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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