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탈영병들은 조선 포수들이 야영을 하고 있는 곳을 포위하여 마구 총을 쏘았다. 위기였다. 맞붙어 싸우기에는 수적으로 열세였다.

잡아놓은 미룩을 포기하고 도망을 가려도 도망갈 길이 없었다.탈영병들은 조선포수들을 몰살시키고 총들 소지품들을 강탈할 생각인 것 같았다.

조선포수들은 엎뜨려 비오듯 날아오는 총탄을 피하고 있었으나 강포수는 그때 최악의 경우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바위산 중턱에서 총을 쓰고있는 탈영병들의 등뒤인 산정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살펴보니 그 총소리는 이쪽을 보고 쏘는 것이 아니라 탈영병들을 보고 쏘는 것이었다. 총소리를 봐서 그것 같은 종류의 총들이 쏘는 것이 아니었고 여러 종류의 총에서 발사되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그건 일본군이 아니었고 중국 중앙정부에서 파견한 중국군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런 정규군은 여러 가지 총을 갖고 싸우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가지 총으로 싸우는 것은 비적들이었다. 비적들은 일본군이나 중국군들로부터 약탈한 총으로 싸웠고 역시 만주의 군벌이나 재벌의 군들로부터 약탈한 산탄총도 사용했다.

"비적들이야. 비적들이 탈영병들을 공격하고 있어."

비적들은 탈영병들보다 수가 더 많은 것 같았으며 되돌아서 반격하던 탈영병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탈영병들은 조선군포수들을 공격하는 일을 포기하고 흩어져 도망가고 있었다. 비적들과 조선인포수들의 협공을 받은 탈영병들은 많은 사상자를 내고 도망갔고 비적들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었다.

그 비적들이 탈영병들을 공격한 이유는 탈영병들이 자기들의 세력권 안에 들어왔기 때문인 것 같았는데 또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았다. 위기에 빠져 있던 조선인 포수들을 구출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강 포수는 전날 비적들의 총 두목과 맺은 협정을 상기했다. 그 두목이 협정을 넘어서 조선인 포수를 공격하는 적까지 물리친 것 같았다.

아무튼 조선인포수들은 위기에서 벗어났다. 탈영병들을 멀리 쫓아버린 비적들은 조선인 포수들은 공격하지 않았다. 조선인 포수들도 자기들의 세력권 안에 있었는데도 공격을 하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놀랄 일이었다. 그곳 치안을 담당해야 할 중국중앙정부의 군이나 경찰 또는 일본군이 하지 않는 치안 업무를 비적들이 하고 있었다.

조선인포수들은 그 때문에 그곳에서 미록 사냥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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