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방사성폐기물 이슈 부각 유일한 원자력 규제기관 KINS 안전 최우선으로 책임 다할 것

김인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
김인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
(善結無繩約 而不可解·참되게 맺으면 끈으로 묶지 않아도 쉽게 풀 수 없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지는 매서운 추위 속에 정유년이 밝았다. 지난해는 국내·외적으로 예측이 엇나가 앞을 전망하기가 매우 어려웠었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정치, 경제, 사회, 안보 패러다임이 등장하며 기존의 질서와 대척하는 혼돈의 시간이었다.

국제적으로는 필리핀과 미국의 대통령선거 결과, EU(유럽연합) 체제를 위협하는 영국의 브렉시트와 이탈리아 개헌투표 부결 등 기존 정치질서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들이 많았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사드(THAAD) 상주 배치, 경주지진, 조류인플루엔자(AI), 김영란법 시행, 광화문 촛불시위, 법조 비리 등 `안전과 안보`는 물론 `도덕성과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응이 증폭되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견인해 왔던 조선, 자동차, 전자 산업이 침체되는 저성장세 속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되었다. 기획재정부의 경제동향 자료를 봐도 경제성장률 둔화,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 가계소득 둔화와 부채 증가, 청년 신규채용 위축, 민간소비 주춤 등 주요 지표마다 부정적인 단어가 꼬리를 잇는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세기 후반부터 `돌진적 성장(rush to growth)`을 거듭했던 우리나라는 `다중 위험사회`의 특징인 수많은 대형 산업안전사고와 자연재해를 겪은 바 있다. 또한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사고 피해의 광역성, 막대한 경제적 손실, 복원의 장기화 등을 경험하며 원자력 사고가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생생하게 목도한 바 있다.

특히 작년은 두 차례에 걸친 북한 핵실험과 경주 지진으로 인해 원전의 지진대비 안전성, 생활방사선의 안전관리,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안전관리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우려도 한층 높아졌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국내 유일의 원자력 및 방사선 안전규제 전문기관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함께 국가의 원자력 안전망 구축이라는 막중한 책임과 임무를 부여받아 원자력과 방사선 이용에 있어 사업자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서 안전에 대한 과학기술적 판단을 수행하고 있다. KINS는 법으로 부여받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독립성, 투명성, 전문성, 책임성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KINS는 올해는 물론 계속해서 고도의 규제역량을 확보하여 원전 안전성을 철저히 확인해 나갈 것이며, 원자력 안전규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부단히 소통해 나갈 것이다. 과학기술에 앞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확고한 윤리의식과 함께 기본과 원칙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규제자의 자세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후쿠시마 국회 사고조사보고서는 "일본 정부와 사업자는 원자력 사고로부터 안전할 국민(국가)의 기대(권리)를 배신하였다"는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KINS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안전철학에 흐트러짐이 없는지, 규제기술 개발에 미진한 것은 없는지, 업무태도와 규제판단이 관행화되지는 않았는지, 지엽적 시각과 독단적 사고의 노예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등 규제 전문가로서의 자기성찰을 더욱 냉정하게 하고 불충분한 것들은 적극 개선해나갈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 도편에서 善結無繩約 而不可解(선결무승약 이불가해)라고 했다. 자연 그대로 참되게 묶으면 끈으로 단단히 묶지 않아도 쉽게 풀 수가 없다는 말이다. 아마 인위적인 강제성을 가지고 단속하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 참되게 행하면 저절로 최선의 효과를 낸다는 뜻으로 풀어도 될 것 같다. 원자력 안전규제에 있어서도 새겨들어야 할 의미가 있다고 본다.

KINS는 참된 생각과 행위로 부여된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을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가 안전을 최우선하여 저절로 원자력과 방사선 안전이 지켜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노력해 갈 것이다.

새해 아침, 대전일보 독자 제현 모두가 성공 인생을 향해 당당한 발걸음을 내디디는 출발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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