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퍼져 나갔다. 비적들에게 동료 한사람이 피살된 조선인 포수들이 비적들의 산채를 습격하여 수십 명이나 되는 비적들을 모두 죽였다는 소문이었다. 그 산중에는 방송도 신문도 없었으나 입에서 귀로 전달되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놀라웠다. 비적들의 산채는 중국 중앙정부의 군이나 경찰도 공격 못했고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군도 토벌을 못했었다.

일본군은 대포나 기관총을 최신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는데도 비적들의 산채를 소탕하지 못했는데 불과 열 서너 명 밖에 안 되는 조선인 포수들이 비적들의 산채를 공격하여 서른 명이나 되는 비적들을 모두 죽였다는 소문에 모두들 놀랐다.

조선인 포수들이 비적들의 산채를 선멸한 지 나흘쯤 되는 날에 조선인 마을에 있는 조선인 포수들에게 그 지방 재벌의 어른인 진대인이 찾아왔다. 진대인은 그 지방에서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때 북경에 있는 국립박물관의 관장과 함께 강 포수를 찾아왔다.

그들은 분실된 국보급 도자기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그 도자기는 아주 오래 전에 제작된 것이었는데 몇 달전에 그것을 소지하고 있던 지방 재벌 댁이 비적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약탈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북경에 있는 국립박물관에서 국보급인 그 도자기를 찾으러 나섰다는 말이었다.

강포수가 비적들의 산채를 공격했을 때 산채에 있던 무기들과 재물들을 갖고 나왔는데 그중에 그 도자기가 있었다.

강 포수를 찾아온 박물관 관장은 그걸 돌려주면 상당한 사례를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강 포수는 그런 사례금을 받지 않고 도자기를 돌려주었다.

박물관 관장은 그런 강 포수에게 감동했다. 중국에서는 원래 조선인을 동방예지국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포수들도 역시 예의 바른 사람들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1주일쯤 지났을 때 강 포수를 찾아온 진대인으로부터 초청이 왔다. 용건은 밝히지 않고 그냥 어느 큰 요정에서 비밀리에 만나자는 것이었다.

약속된 날 밤 강 포수와 진대인은 그 요정에서 단 둘이서 조용히 만났다. 진대인은 식사를 하면서 그 지역의 비적들에게 대해서 얘기를 했다. 비적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약탈 살인을 일삼는 강도단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 지방에도 여러 파의 비적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자기들은 비적이 아니라 의적이라고 말하는 무리도 있었다. 그들은 양민들을 습격하지 않고 부패한 고관이나 재벌들만을 습격했다. 그리고 약탈한 재물의 일부는 양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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