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1976년 대전에 최초로 아파트단지가 조성된 곳은 당시 충남 대덕군 비래리에 `대한주택공사`에서 지은 5층짜리 주공아파트이다. 연탄을 사용하는 온돌식 난방과 좌변기를 설치한 이 아파트는 당시 주거형태의 주류이던 단독주택에 앞서 새로운 주거형태로 제시됐다. 이후 80년대 대덕연구단지와 공군 기술교육단 자리인 탄방·둔산지구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대전시민의 주거양식이 대부분 아파트로 바뀌었으며, 밀집된 이웃 간의 소통과 연계가 점차 사회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주거형태 중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일까? 주택의 기능상 중심이 되는 부분은 거실이고, 주거생활을 가장 주요부분은 역시 물을 사용하는 주방일 것이다. 하지만 내부로 진입하는 역할은 출입구에서 시작하며, 특히 아파트에서는 현관문이 설치된 곳이 외부로 소통되는 유일한 통로이다. 건축법에서는 이 출입문을 반드시 `갑종 방화문`을 설치하게 돼 있고, 점차 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시민들은 관심 밖이다. 방화문은 화재의 확대, 연소를 방지하는 문으로 화재 시 대피시간을 벌어주며, 불이 옮겨 붙는 것도 차단해 주는 철제문이다. 대부분 건설에서 시공해서 분양한 30세대 이상의 집합주택에는 튼튼하고 세련된 모양의 규정된 방화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모양보다는 내용이 올바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기능을 발휘하는 방화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험을 거치게 되는데,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한국공업규격(KS)에서는 비틀림 강도, 연직하중강도, 개폐력, 개폐반복성, 내충격성 등의 시험에 통과해야 하며, 거기다가 차연 방화기능을 보유한 제품을 만들려면 더 많은 과정에 질 좋은 자재는 필수이다. 예전에는 건축자재에 기준이 있었다면, 이제는 결과인 성능 확인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또한 친환경 주택의 기준에 맞는 건설기준은 한 층 높은 단열성과 기밀성을 요구한다. 그 예로 예전에는 우윳병 투입구가 있었으나 이제는 없어지는 등 모든 규정에 적법한 문짝당 단가도 10배정도의 차이가 난다.

현관 방화문을 부실하게 설치·관리하는 것은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사고가 나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덕목이다. 오늘도 아침에 무심코 나선 현관문이 과연 우리 집을 화재와 방범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기능으로 장착돼 있나, 새해부터는 모든 규정을 정확히 검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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