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간담회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과 관련, "대통령으로서 제 할 것은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밀회를 했다는 식으로 보도가 나니까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약 40여 분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탄핵에 따른 자신의 심경 등을 밝힌 자리에서다.

박 대통령은 "오해가 오해를 만들고, 오보를 바탕으로 오보가 재생산되고 있어서 마음이 무거운데 그 중 하나가 세월호 참사 당일의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그날 정상적으로 사건과 관련한 것을 보고 받으며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며 "(저는) 일정이 없으면 관저에서 일을 챙기는데 그날은 마침 일정이 비어서 그렇게 (관저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처음에는 참사가 벌어졌을 때 대통령이 밀회를 했다는 말도 안되고 입에 담기도 민망한 얘기를 했다. 대통령이 어떻게 밀회를 하겠냐"며 "그 시간이 지나니 굿을 했다는 얘기가 기정사실화됐는데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성형수술 의혹도 제기됐다"고 항간의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참사 당일 외부인 출입에 관련해 그는 "그날 기억을 더듬어보니 머리를 만져주기 위해서 오고, 목에 필요한 약을 들고 온 것 외에는 아무도 없다"며 미용사 방문과 간호장교가 가글액을 가져다 준 것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헌법재판도 그것(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서 상세한 내용을 제출해 달라고 해서 대리인단을 통해 정리·추가하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며 "제출하면 헌재에서 재판하게 될 텐데 이번만큼은 그런 허위 주장이 완전히 걷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최 씨는 몇 십 년 된 지인이다. 그렇다고 지인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나"라고 되물은 뒤 "대통령의 직무와 판단이 있는데 어떻게 지인(최 씨)이 모든 것을 다한다고 엮을 수 있나"라고 전면 부인했다.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놓고 뇌물죄 의혹이 불거진 것을 놓고는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서도 없었다"며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언급은 삼성 측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의 대가로 미르·K스프츠 재단에 돈을 기부하고,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훈련 지원 등을 했다는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언론인도 새해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바로잡혀서 복된 새해가 되시고, 보람 있는 2017년 붉은 닭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 및 전국적인 촛불 집회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탄핵 기각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탄핵심판 및 특검수사 과정에서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한 대목으로도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뒤 청와대 참모진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외에 외부인을 만난 것은 23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기자들과 다과를 함께하며 새해 인사와 덕담을 건네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질문을 주고 받았다.서울=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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