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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인어를 그리다 - 박소정

2017-01-01 기사
편집 2017-01-01 16: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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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무엇이든 붙일 수 있는 풀이 있었다면, 엄마는 내 오른손에는 엄마의 손을, 내 왼손에는 화구통을 붙여놓았을 것이다. 엄마 손에 이끌려 나오게 된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아침부터 내 또래의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부모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제 6회 전국 물빛공원 인어그리기 사생대회



공원의 중앙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나는 현수막에 그려진 금발 머리에 봉선화 꽃잎 색으로 물든 볼을 빛내고 있는 인어를 노려보았다. 신데렐라, 콩쥐,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 공주 등등 왕자가 없으면 안 되는 수많은 공주들 중에서도 나는 인어공주가 제일 비호감이다. 왕자와의 사랑을 위해서 자기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인간이 되다니. 인간이 뭐가 좋다고 인간이 되려고 한 건지 첫째로 이해가 가지 않고, 둘째로 답답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글을 쓰면 될 것이 아닌가. 인어공주를 한참 째려보고 있는데, 어느새 엄마가 대회 지원을 마무리 하고, 큰 종이 한 장을 들고 오고 있었다. 분명히 수업시간에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내 주말사용권은 엄마한테 있다. 저번 주 주말은 석촌동 벚꽃축제 사생대회, 지지난주는 인천 앞바다 사생대회, 저번 달에는……. 생각하기도 싫다. 생각하면 그 때 억지로 그려 제출한 그림들이 함께 떠오른다. 엄마 손에는 설거지 때문에 물이 마를 날이 없고, 내 손에는 물감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유민아, 오늘은 네가 학교 대표야. 신영초등학교 고학년 대표! 신경 써서, 잘 그려야 해."

"오늘 대회만 나가면 나 한 달은 쉬고 싶어. 정말."

엄마는 잠시 고민하다가 흔쾌히 승낙했다.

"알았어! 이번 대회에 입상 하는 거 봐서."

그리고는 얼마 안 있다가, '곧 예중 입시 시작인데…….'하고 혼잣말을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처음 그림 대회에서 가작으로 입선했던 날. 그것은 행복이 아닌 불행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그 때 나는 알지 못했다. 내 학교생활에 큰 관심이 없던 엄마는 내가 몇 번 그림으로 상을 받자 눈을 빛내며 전국에 있는 온갖 그림 대회들로 나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엄마가 기뻐하는 모습이 마냥 좋았다. 엄마는 마치 자기가 상을 탄 것처럼 행복해 보였다. 아빠와 헤어지고 난 뒤로 엄마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것은 처음 봤다.

"그래서 이렇게 덴마크에서부터 우리나라에 온 인어공주를 맞이하는 사생대회를 매년 아름다운 봄에 열 수 있어서 참으로 기쁘고, 아이들에게 이 기회가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대회 축사가 끝나고, 대회준비요원들은 부모님들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따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림 그릴 때 엄마가 옆에 있으면, 얼굴색이 밝지 않냐, 숲은 왜 어둡냐 하고 요구가 많기 때문이다.

"딸, 잘 할 수 있지?"

나는 애매하게 웃었다. '엄마,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잘 해야만 하는 거야?' 하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재밌어서 시작한 그림 그리기였는데, 잘해야만 하는 것이 되고나서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화구통과 종이 한 장을 옆구리에 끼고, 인어공주 동상 앞으로 다가갔다. 생각했던 인어와는 조금 달랐다. 동화에서 본 캐릭터가 아니라 정말 살아있는 생명처럼 보였다. 앉아 있는 자세가 어딘가 슬퍼 보이기도 하고, 간절해 보이기도 했다. 내 주위에는 인어를 빤히 쳐다보는 내 또래의 아이들로 가득했다. 이 아이들은 모두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온 걸까, 아니면 나처럼 엄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온 걸까? 생각하다보니, 이렇게 우리 눈앞에 있는 인어가 왕자에게, 사랑 받기 위해서 자기 목소리를 팔아야만 했던 이야기가 어쩐지 지금 내 상황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인어공주는 인어공주로 남아 있을 때는 사랑 받지 못했던 것처럼 나는 그림 그리지 않는 나로는 관심 받지 못할 것이다.

인어공주가 인간이 아닌 다른 것을 사랑했다면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다보니, 기분이 안개 낀 하늘처럼 가라앉아서, 나는 인어공주의 동상에서 떨어져 걷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그리고 싶지 않았다. 인어공주가 슬퍼 보이기 시작한 뒤로, 아무리 잘 그려도 입상은 힘들 것 같았다. 한강을 따라 걷다보니, 조개 모양의 조그마한 건물이 눈에 띄었다. 건물 외벽은 마치 물고기처럼 비늘모양의 색색의 플라스틱이 붙어 있고, 간판에는 '인어상회'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상점 문을 두드렸다. 아저씨가 나왔다.

"뭘 사러 왔니?"

"뭘 파는데요?"

아저씨는 나를 위아래로 스윽 한 번 보더니, 단박에 알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너한테는 그림이 필요하겠구나. 인어 그림이."

아저씨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더니, 상점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나는 그 앞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이 서 있었다. 다시 돌아온 아저씨 손에는 그림 뭉치가 들려 있었다.

"자, 골라봐라. 너처럼 사생대회에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된 아이들에게 파는 그림들이다."

"이거,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걸리면 저 정말 큰일 나잖아요."

나는 아저씨가 준 그림 뭉치를 펼쳐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아저씨에게 다시 되돌려주었다.

"아니야. 이건 대회에서도 공식 인증하는 그림들이다! 이 그림들에는 심사위원들이 알 수 있는 인어상회의 표시가 있어. 그래서 딱 보면 알지."

"뭘요?"

"이건 인어상회에서 그림 그리기 싫은데 억지로 대회에 온 아이에게 판매한 그림이구나! 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회에서 탈락처리 된단다. 부모님에게는 그림 그렸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용도지."

그 말에 나는 얼른 그림들을 펼쳐보았다. 거기에는 무난하게 그려진 인어들이 있었다. 왕자와 팔짱을 끼고 있는 인어, 한강에서 헤엄지고 있는 인어, 자신의 꼬리를 뽐내듯이 활짝 웃고 있는 인어.

"저, 살래요."

나는 아무 그림을 집고 삼천 원을 냈다. 구입한 인어 그림을 옆구리에 끼고,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작품 제출 시간 까지는 많이 남아 있었다. 너무 빨리 제출하고 엄마에게 돌아가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었다. 나는 돗자리를 펴고 누웠다. 마녀에게서 목소리를 팔고 다리를 얻은 인어가 된 기분이었다. 그 때, 한강의 중앙에서, 무언가가 불쑥 하고 튀어 올랐다. 몸을 휘감을 듯, 긴 금발머리와 은빛의 아름다운 꼬리. 그것은 방금 전 공원에서 본 인어와 똑같았다. 나는 놀라서 물건을 후다닥 챙기고, 도망치려 했다. 그런데,

"가지마!"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인어는 나에게 다가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나는 겁에 질려 있었지만, 무서움만큼 커지는 호기심을 당해낼 수 없었다.

"너, 인어, 맞지?"

"그럼 내가 인어지, 사람이겠어?"

인어는 자기 꼬리로 강물을 찼다. 그 덕에 한강물을 맞게 되었다. 인어는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는 왜 나를 안 그리고 인어 상회에서 그림을 산거야? 내가 마음에 안 드니? 나는 덴마크에서부터 너희를 보러 왔는데 말이야. 가끔 너처럼 인어 상회에서 그림을 사가는 애들이 있어. 그리고 그 애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단 말이야."

수줍음 많고, 자기 의견을 말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인어 공주에 대한 내 편견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너는 왜 사람이 되려고 목소리를 팔았어? 사람이 되면, 사랑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나는 대답 대신 물어보았다. 인어는 강에서 나와 내 옆에 앉았다.

"사랑 받으려고 사람이 된 게 아니야. 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영혼을 봤어."

"영혼?"

"우리 인어는 정말 오래 살아. 그런데 사람은 아주 짧게 살잖아. 정말 요만큼."

인어는 왠지 얄밉게 손가락으로 아주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보다 조금 살고 물속에서 숨도 못 쉬는 사람이, 바다를 건너 다른 곳을 향해 가려다가 폭풍우를 만나 죽는 것을 많이 보았어. 그리고 다른 인어 언니들은 말했지. 정말 사람들은 바보 같다고. 위험할 걸 뻔히 알면서 아가미도 없이 왜 바다를 건너냐고 말이야. 그런데 난 다른 걸 봤어."

"다른 걸 보다니?"

인어 공주의 눈은 정말이지 크고 맑은 물빛이어서 인간이 볼 수 없는 다른 것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람한테 있는 영혼 말이야. 그건 평생 죽지 않고 남아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서 살아가고 있었어. 물빛보다 반짝거리고 아름다웠어. 사람은 삶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 세상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도 많고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 하는 마음이 아주 강했어. 그래서 이렇게 넓은 강도 결국에는 건너고야 마는 거야. 우리가 아주 오래 살지만 육지에 가지는 못하는 것과는 달리 말이야."

인어 공주의 말에 나는 왜인지 인어상회에서 산 그림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인어 공주는 자기가 원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었다.

"나는 엄마 때문에 이곳에 왔어. 엄마는 아빠랑 헤어지고 난 뒤로 나만 바라봐. 엄마가 친구들도 만나고, 다른 즐거운 일도 찾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내 그림에만 집착해. 아니, 내가 그림으로 받아온 상에만. 엄마는 그림을 잘 그리는 나만 원해."

"엄마한테 말해본 적은 없어?" "말이 안 통해, 엄마랑은."

"엄마랑 말이 안 통할 수도 있겠지만, 엄마를 핑계로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멀어진다는 건 슬픈 일인 것 같아. 계속해서 이렇게 지내다가 네가 가지고 있는 영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볼 수 없게 될지도 몰라."

인어 공주는 한강으로 다시 들어가 꼬리로 물보라를 일으켰다. 그러더니 한 번 더 세게 탁 치더니 내게 물을 뒤집어 씌웠다.

"으아! 뭐 하는 거야!"

번쩍, 눈을 떴을 때 인어 공주는 없었다. 꿈이었나? 생각했지만 내 옷이 젖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어 상회에서 산 그림이 물에 젖어 쓸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나는 종이를 펼쳤다.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봤던 인어, 나만 볼 수 있는 인어를 그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된 인어 공주는, 두 발로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두 다리를 얻었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었을 테니까. 나는 인어공주가 가는 길마다 떨어져 있을 몇 점의 비늘을 그려 넣었다.

대회에 그림을 제출하려고 줄을 서 있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인어와 눈이 마주쳤다. 다시 인어 공주를 만나려면, 인어 공주에게 나만 그리고 볼 수 있는 세상을 보여주려면 이렇게 엄마에게 이끌려서 대회 오는 것은 그만 두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림을 제출하고 엄마를 찾았다.

"어땠어? 잘 그렸어?"

언제나 대회가 끝나면 물어보는 엄마의 똑같은 질문. 나는 질문으로 대답했다.

"엄마는 내가 잘 그린 게 궁금해? 뭘 그렸는지는 궁금하지 않아? 나는 엄마가 내가 뭘 그리는지, 왜 그렇게 그렸는지 궁금하면 좋겠어. 엄마는 정말 내가 궁금해?" 까지 말했는데 왠지 목에 뜨거운 무언가가 가득한 것 같아서 말을 다 할 수 없었다. 엄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끝까지 다 말해도 엄마는 나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그러면 나는 더 문을 닫고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기계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엄마에게서 무엇보다 나에게서 더 멀어지는 일일 것 같았다.

"요즘에 그림 그리는 게 즐겁지 않았어. 아무 것도 그리고 싶지 않았어. 상장을 받아야만 엄마가 나한테 관심 갖는 것 같아서 부담은 되고. 입상하지 못한 날에는 세상에서 제일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어. 내가 엄마 딸이 아니라, 그냥 아빠를 대신하는 액세서리 같이 느껴졌어. 미안해, 엄마. 나는 이렇게 느꼈어."

도저히 그려지지 않던 마음의 빈자리가 만지면 손을 델 것처럼 뜨거운 색감으로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엄마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엄마는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유민아, 엄마는……."

침이 꼴깍 넘어 갔다. 엄마가 나를 이해하거나 그렇지 못한다 해도, 나는 나한테 실망하지 않을 거야. 내 그림을 그렸으니까, 다짐하는데, 그때 어디선가 인어가 높이 뛰어 오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당선소감

"어린시절 기억하며 이야기 구상"



그 날 저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친구와의 약속은 6시였는데, 기말 과제를 하기 위해 2시간 일찍 영화관에 들러, 카페에서 과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당선이었습니다. 시험 기간 동안 동화를 퇴고하고 새로 쓰기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쓰지 못했다고 느꼈을 때 슬펐습니다. 내가 가야할 곳이 분명히 어딘가 있는데 가는 길을 몰라 영원히 헤맬 것만 같은 막막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하니까 일단 움직이기로 한 것이 신춘문예를 도전한 이유였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만나게 된 따뜻한 집 한 채에서 잠시 몸을 녹이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학교에서 동화 수업을 들을 때, 동화 과제를 내는 카페 대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한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어린이문학은 어린이들에게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응원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업을 듣는 동안에도,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편이 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어린 시절을 많이 뒤적였습니다. 반짝 반짝거리지만 쓸모를 모르는 깨진 초록색 유리 조각 같았던 시기를 한 편으로 기억하면서, 그 때에 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저보다 좋아해주었던 부모님과 친구들, 그리고 아동문학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부터 시작하여 쓰는 즐거움을 알려주신 전성희 교수님과 삶의 지향점을 만드는 것의 중요함을 알려주신 신연우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반항하고픈 아이 심리 뛰어나게 묘사"



응모작 총 92편중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어미 개' '삐딱이 버킷리스트' '우리 가족은 외계인' '인어를 그리다' 네 편이었다. 네 편 모두 흥미로운 서사와 안정된 문장,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심사위원은 기본적인 동화의 미덕을 고루 갖춘 네 편중 어느 작품이 신춘문예에 걸맞는, 즉 기존의 동화에서 벗어나 패기 있고 참신한 작품인지에 당선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어미 개'는 동생으로 인해 엄마를 잃고 그 상실감으로 동생을 미워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묘사된 작품이다. 주인공은 유기견이 새끼를 낳는 과정과 그 새끼를 돌보면서 동생에 대해 서서히 마음을 연다. 그러나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어른의 입을 통해 알려주었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삐딱이 버킷리스트' 는 초경을 앞둔 여자 아이의 반항적이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다룬 다소 생경하면서도 신선한 소재였다. 그러나 제목으로 도출해낸 '삐딱' 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서 다소 멀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가족은 외계인'은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당선작과 견주던 작품이었다. 정확한 아동의 눈높이와 서사를 끌어가는 힘이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화를 읽고 난 후의 여운과 생각거리의 제시가 안타깝게도 당선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당선작 '인어를 그리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엄마의 지나친 간섭이 더해지고 그와 더불어 경쟁의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반항하고픈 아이의 심리가 뛰어나게 묘사된 작품이었다. 적절한 판타지를 도입하여 인어를 만나는 과정도 아주 자연스러웠고 '인어가 가는 길마다 떨어져 있을 몇 점의 비늘을 그려넣었다' 라는 문장에 작품의 모든 주제를 함축해 놓았다.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좋은 작품을 선정하고 나면 심사자의 마음이 뿌듯해진다. 새로운 신인의 탄생을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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