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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툭.툭.톡.톡.카.톡!! - 권 근

2017-01-01 기사
편집 2017-01-01 16: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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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
빈 집에 비가 내린다

툭. 툭.

톡. 톡.



푸른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장단 맞춰

툭. 툭.

톡. 톡.

아이는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친다



투투투투

거세게 내리는 빗소리 사이로

투. 툭.

카. 톡. 카. 톡.

카톡 메시지가 쏟아진다



ㅋ ㅋ ㅎ ㅎ

친구들 웃음소리 화면에 흐르지만

아이는

빈 집 푸른 지붕 위 내리는

톡. 톡. 톡.

빗소리만 듣는다



창을 열고 손 내밀어

떨어지는 빗물을 잡아본다

손을 타고 흐르는

따스한 비처럼

친구들 손을

아이는 잡고 싶다

툭. 툭. 카. 톡. 카. 톡.

빗소리에 묻히는 카.톡.소.리.



◇당선소감

"삶으로 시를 쓰겠다는 일념, 오늘의 나를 만들어"



당선 소식을 휴대전화로 건네 듣고 가슴이 많이 떨렸습니다. 평소 모르는 번호는 절대 받지 않았는데, 그것도 마지막 5교시 수업 시간이었는데, 이상하게 받아야만 할 것 같았지요. 참, 오래 걸렸습니다. 스무 살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서 시인을 꿈꾸었지만, 늘 열패감에 시달려야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비록 시는 못 쓰지만 내 삶을 통해 시를 써내려가겠다!'는 다짐으로 스스로를 위무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늘 마음 한 구석에선 풀리지 않은 한처럼 남아 있었다는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야 그 한을 풀게 되었네요. 뽑아주신 심사위원님, 고맙습니다.

삶으로 시를 쓰겠다는 오기는 늦은 나이에 다시 교육대학 입학으로 저를 이끌었고,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가능한 대안적 삶의 방향을 모색하게 했습니다. 결국 저는 시골 마을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농사짓는 초등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인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내 삶과 시를 하나로 관통 시키겠다'는 신념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오늘은 밤 깊은 동짓날입니다. 내일부터는 해가 길어지는 나날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밤이 길어지더라도 절대 제 신념을 놓지 않고 살겠습니다.



◇심사평

"시대적 정서 담은 독창적 표현 가슴에 와닿아"



올해도 본심에 든 작품이 36편이나 되었다. 모두 당선작이라 해도 상관없을 만큼 좋은 작품들이어서 많이 고민하게 했다. 특히 마지막까지 남은 여섯 편의 작품을 두고 최종심사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낸 것 같다. 그중에「모과나무」는 소재로부터 덜 우려낸 느낌이, 「씨앗심기」는 마지막부분의 김장감이 떨어지는 점이,「다리」는 딸린 응모작들이 조금 떨어지는 감 때문에 우선 제외하게 되었다. 나머지「툭,툭,톡,톡,카,톡!!」「할아버지 두꺼비 집」「악어가 산다」세 편은 쉽게 가릴 수 없어서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하며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욕심 같아선 세 편 모두 당선시키고 싶었다.

「할아버지 두꺼비 집」은 노인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의 눈길이 부족한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란 점이 매우 마음을 당겼다. 관찰과 구성과 문맥, 모두 좋았다. 그런데 딸린 응모작에서 아쉬움이 있고 전체적으로 무겁다는 느낌이 걸렸다.「악어가 산다」상상력과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고 특히 소재의 독창성이 돋보였다. 딸린 작품까지 하나하나 떼어놓고 볼 땐 평균 수준이 높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어떤 공식에 맞춘 듯하고 전달력이 다소 난해한 느낌이라서 지루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툭,툭,톡,톡,카,톡!!」은 응모한 작품들 모두 비를 등장시켜서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점이 옥의 티였다. 그러나 시대적 정서와 어린이의 삶의 모습을 독창적 표현으로 가슴에 전달시키고 있다. 카카오톡 알림소리와 빗소리를 맺어 놓고 자연스럽게 풀어간 문장도 심사자의 욕심을 충분히 자극했다. 결국엔「툭,툭,톡,톡,카,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축하받을 분보다 애석한 분들이 많다는 점이 심사자의 고충이다. 매우 미안한 마음에다 끝까지 포기하시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보태드린다. 당선자께 축하드리며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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