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예사 산채가 아니었다. 반쯤 지하에 묻힌 집들이 여덟 채나 있었는데 소리도 나지 않고 불빛도 연기도 나지 않았다. 산채 주변에 감시초소가 세 개나 있었고 움직이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집들의 안쪽에 큰 집이 한 채 있었는데 거기에는 비단옷을 입고 나이가 든 인물들이 기거하고 있었다. 비적의 두목급이 거처하는 집인 것 같았다.

강 포수는 그 집에 주목했는데 그 집에서 거처하는 인물들의 움직임이 수상쩍었다. 아침 늦게까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동작들이 느렸다. 허리에 기다란 담뱃대 같은 것을 차고 있었다. 아편을 흡입하는 기구였다. 아편은 약으로 만들어 복용하기도 하고 주사로 맞기도 하고 담배처럼 연기를 흡입하기도 하는데 그중 연기로 흡입하는 것이 전통적인 것이었다.

"저것이다. 저 것이 저 비적 집단의 약점이야. 우리는 저 약점을 이용하여 공격을 해야 해."

아편을 흡입하는 두목급의 비적들은 전날 저녁에 흡입했던 아편의 효력이 다음날 정오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황홀한 그 도화경을 이기지 못해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강 포수 일행은 감시를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아침 몰래 산채의 초소에 접근하여 칼로 초소병 세 명을 죽였다. 그리고 산채 안으로 들어가 잠복하고 있었다. 집안에 있던 비적들은 아침 늦게 밖으로 나왔다. 전날 민가를 터는데 성공했던 그들은 밤늦게까지 잔치를 벌인 탓으로 그때까지도 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두목급들은 아편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그건 완전한 기습이었다. 조선인 포수들을 비적들이 집에서 다 나와 마당에서 집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발포했다. 잔인무도한 살인집단인 그들에게는 항복을 할 기회를 줄 필요가 없었다. 조선인 포수들은 일제사격을 했으며 비적들은 순식간에 모두 쓰러졌다.두목들은 그때까지도 집안에서 아편의 도화경에 빠져 누워있었는데 그들은 조선인 포수가 총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고도 그 도화경을 뿌리치고 얼른 일어나지 못했다. 세 명의 두목급 비적도 모두 사살되었다.

피바다 속에 쓰러져 있는 비적들을 보고 강포수가 말했다.

"이 새끼들 이젠 조선인을 죽이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겠지."

그들 비적들이 갖고 있는 총들 중에 일본 무카라 총포사가 만든 신품 산탄총이 있었다. 실종된 조선인 포수가 갖고 있던 총이었다.

조선인 포수들은 그래도 죽어 있는 비적들의 시체를 묻어주고 돌아왔다. 이쪽의 피해는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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