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와 인간을 둘러싼 재앙 같은 사태가 무색하게 내년 새해는 정유년, `붉은 닭`의 해이다. 붉은 닭의 해에는 조류들의 참혹한 죽음의 행진이 멈추기를 고대하지만 바람 뿐이다.
조류는 날개와 부리, 깃털이 있으며 알에서 태어난다. 정온동물로 전 세계 약 8600종이 있다. 가장 오래된 조류는 약 1억 5000만 년 전 쥐라기 화석에서 발견된 시조새이다. 지상과 하늘을 오가는 조류는 예전부터 신성시됐다. 그 알도 그렇다.
인류학자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책 `황금가지`에는 흥미로운 알 하나가 나온다. 앵무새의 `알`이다. 18세기 아프리카 나라 가운데 한 곳인 에이에오 왕국에서는 백성들이 왕의 통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때 대표를 뽑아 왕에게 앵무새 알 선물을 보냈다. 대표는 왕에게 앵무새 알을 내 놓으며 지금까지 통치 부담을 지느라고 수고했는데 이제는 걱정에서 물러나 잠시 잠을 잘 때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왕은 신하들이 자기 안녕을 배려해 주는 데 감사하고, 마치 잠을 자려는 듯이 자기 거처로 물러나 그곳에서 부인들에게 자기를 목졸라 죽여달라고 지시한다. 이 지시는 즉각 집행된다. 백성들의 대표가 전하는 앵무새 알을 거부한 왕도 있었다. 에이에오의 한 왕은 앵무새 알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자기는 잠을 잘 생각이 없으며 오히려 백성들을 안녕히 돌볼 것이라고 맞섰다. 왕국에는 반란이 일어났고 대학살이 따랐다.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은 한 칼럼에서 에이에오 왕국의 앵무새 알을 소개하며 이 이야기가 지도자와 민중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명료하게 전달해준다고 썼다. 지도자는 언제라도 민중에 의해서 배척될 것을 각오하고 있어야 하며, 그러한 배척의 신호가 오는 즉시 자리를 내 놓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내일 모레면 대선이 있는 정유년 새해가 밝는다. 대통령을 꿈꾼다면 `앵무새 알`을 유념하자.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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