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오리들이 죽어가고 있다. 몰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며 매몰 됐거나 매몰이 진행중인 닭과 오리가 2600만 마리를 넘었다. 닭과 오리를 묻을 땅도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가 하면 연일 방역 업무에 내몰린 공무원이 과로사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대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계란 값에 울상이다.

조류와 인간을 둘러싼 재앙 같은 사태가 무색하게 내년 새해는 정유년, `붉은 닭`의 해이다. 붉은 닭의 해에는 조류들의 참혹한 죽음의 행진이 멈추기를 고대하지만 바람 뿐이다.

조류는 날개와 부리, 깃털이 있으며 알에서 태어난다. 정온동물로 전 세계 약 8600종이 있다. 가장 오래된 조류는 약 1억 5000만 년 전 쥐라기 화석에서 발견된 시조새이다. 지상과 하늘을 오가는 조류는 예전부터 신성시됐다. 그 알도 그렇다.

인류학자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책 `황금가지`에는 흥미로운 알 하나가 나온다. 앵무새의 `알`이다. 18세기 아프리카 나라 가운데 한 곳인 에이에오 왕국에서는 백성들이 왕의 통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때 대표를 뽑아 왕에게 앵무새 알 선물을 보냈다. 대표는 왕에게 앵무새 알을 내 놓으며 지금까지 통치 부담을 지느라고 수고했는데 이제는 걱정에서 물러나 잠시 잠을 잘 때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왕은 신하들이 자기 안녕을 배려해 주는 데 감사하고, 마치 잠을 자려는 듯이 자기 거처로 물러나 그곳에서 부인들에게 자기를 목졸라 죽여달라고 지시한다. 이 지시는 즉각 집행된다. 백성들의 대표가 전하는 앵무새 알을 거부한 왕도 있었다. 에이에오의 한 왕은 앵무새 알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자기는 잠을 잘 생각이 없으며 오히려 백성들을 안녕히 돌볼 것이라고 맞섰다. 왕국에는 반란이 일어났고 대학살이 따랐다.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은 한 칼럼에서 에이에오 왕국의 앵무새 알을 소개하며 이 이야기가 지도자와 민중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명료하게 전달해준다고 썼다. 지도자는 언제라도 민중에 의해서 배척될 것을 각오하고 있어야 하며, 그러한 배척의 신호가 오는 즉시 자리를 내 놓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내일 모레면 대선이 있는 정유년 새해가 밝는다. 대통령을 꿈꾼다면 `앵무새 알`을 유념하자.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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