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동안은 감각과 지각, 행동의 연속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눈을 통해서 감각하고 있으며 지각을 활용해서 빠르게 비교 분석하면서 의미를 파악하고 계속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 교수는 미국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죠슈아 벨`이 시민들 출근시간에 워싱턴 지하철역에서 45분 간 연주를 하는 동안 번 돈이 32달러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자신도 실험정신이 발동하여 2007년 5월 2일 강남역 지하철역 6번 출구에서 허름한 복장에 모자를 쓰고 45분간 연주를 했는데 연주된 바이올린은 시가 70억 원의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하는 동안 2분 이상 귀를 기울인 사람은 단 5명뿐이고 대부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쳤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감각과 지각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감각대상이 아무리 가치가 있다 해도 그 의미는 지각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지각은 감각을 통해 입력된 것이 무엇인지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지각은 감각내용을 이전에 기억된 것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분류하고 평가하면서 새롭게 연결하는 과정이다. 그때 감각내용들은 의미를 획득하고 가치가 부여된다. 이렇듯 지각은 감각자극에 의한 수동적 과정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구성적인 창조적 과정이다.

청지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달팽이관 안에는 내유모세포와 외유모세포가 있다. 내유모세포는 밖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처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외유모 세포는 정보를 선택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청각피질이 감정시스템의 영향을 받아 외유모 세포에 신호를 보내게 되면 그 특정소리에 대해 외유모세포의 민감도가 줄어들고 선택적 적응력이 상실되어 소음으로 간주되기 때문인데 그 소리는 아무리 반복해도 잘 듣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감각적으로 들리는 소리를 정보로 들을 것인지 소음으로 들을 것인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사건이 곧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감각이 곧 지각이 아니듯이 사건들은 그 주체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를 획득할 것이다. 지나간 한 해의 일들을 돌아보며 의미를 구성해내는 것도, 다가오는 한 해를 맞이하는 소망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도 각자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상열 두뇌학습 컨설턴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