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벌

기타리스트가 된 소년과 신을 등진 목사의 평생에 걸친 기이한 인연과 거기에서 비롯된 초자연적인 공포를 다룬 이 책은 근래 대중적 인기를 끈 대작들을 연이어 발표한 스티븐 킹의 신간이다. 자신의 초기 작품들에서 드러냈던 장기를 십분 발휘해 미지의 현상에서 느끼게 되는 원초적인 공포를 흡인력 넘치는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담았다.

이야기는 노년에 접어든 주인공 제이미 모턴이 그의 인생을 뒤흔든 제5의 인물이자 변화 유발자인 숙적 제이컵스와의 만남을 회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가정의 막내아들인 제이미는 여섯 살 때 처음 마을에 새로 부임해 온 목사 제이컵스와 조우한다. 전기에 비상한 관심이 있던 제이컵스는 여러 가지 실험과 발명품을 통해 단번에 제이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 자신의 기술을 발휘해 일시적으로 목소리를 잃은 제이미의 형 콘래드를 치유하는 기적까지 일으킨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잃고 절망에 빠진 제이컵스는 가족의 장례식 이후 집전한 설교에서 신앙을 모독하는 발언을 해 마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제이컵스의 직업이 목사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다뤄진다. 스티븐 킹은 한 인터뷰에서 "나는 감리교 가장에서 자라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갔고 여름에는 성경학교에 갔다"면서 "리바이벌에서 제이미가 어린 시절에 겪는 종교적 체험은 기본적으로 자전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성장하면서 기타를 접하며 록의 세계에 빠져든 제이미는 약물에 중독되고 밴드 동료들에게도 버려져 바닥을 치던 30대 중반에 우연히 번개 사진사로 탈바꿈한 제이컵스와 재회한다. 다양한 이름을 가진 전직 목사와 또다시 결별과 만남을 반복하며 파국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심장을 죄는 긴박한 공포감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작품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인공의 인생사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킹은 별다른 기교 없이도 시종일관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형식면에서 노년의 주인공이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전작 조이랜드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리바이벌은 보다 기나긴 세월동안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상실감과 절망을 낱낱이 보여줘 더욱 비정하고 지독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작품 후반부에서 실체가 드러나는 초자연적인 공포보다도 이런 부분들이 더 소름 끼치는 감각을 선사하며 스티븐 킹표 공포소설의 진가를 드러낸다.

인상준 기자

스티븐 킹 지음·이은선 옮김/황금가지/552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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