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디자인

디자인은 주어진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조형요소(造形要素) 가운데서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구성해 유기적인 통일을 얻기 위한 창조활동이며, 그 결과의 실체이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혹은 `시공을 초월해 예술적 작품으로 인정받는 대상들에는 어떤 삶의 지혜와 통찰이 담겨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에서는 주변 환경과 사물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찾으며 디자인이란 특별하거나 번쩍번쩍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일상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마치 산소처럼 흔해서 그 존재를 쉽게 잊지만 사는 데 꼭 필요한 일상 속 디자인의 가치에 주목하는 것이다.

저자는 일상에서 편리하게 활용하는 다양한 제품들의 평범한 기능과 특성에 주목하며 이를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라고 칭한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의식하지 않을 때 나에게 와 나를 편하게 해주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그 무엇이라는 중의(衆意)적 의미를 내포한다. 일상에서 접하는 나무의자, 삽, 포스트잇, 계단 등에서 개선문, 숭례문, 블랙다이아몬드 등까지 스물네 가지 이야기를 통해, 전통과 현재, 한국과 세계를 넘나들며 일상적 디자인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또 한국 디자인의 정신에 대한 저자의 성찰과 주장이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왜, 누구를 위해 디자인하는가`라는 디자인의 인문성에 대한 질문을 담고있는 것이다.

특히 어느 시대보다 디자인이 많이 언급되는 디자인 과잉의 시대임에도 오히려 진짜 디자인은 드물다는 아이러니를 책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 또 디자인이 끊임없이 회자됨에도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디자인을 잘 모르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담고있다. 더욱이 디자인이 소수의 디자이너와 소수의 사용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디자인이 태동하던 시절부터 내세웠던 이념, 디자인은 `만인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 또한 보여주고 있다.

또 이책은 동서고금의 여러 사례를 통해 디자인의 표현과 이념이 어떻게 시대정신을 반영해왔는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19세기 근대 의식의 발현으로서 프랑스의 문화예술을 언급하다가도 고대 중국 문화에서의 `글자의 의미`를 파고들어 연구하기도 한다. 조선의 막사발과 추사의 예술혼에 주목하다가 현대의 백남준과 이우환을 대하는 한국인의 천박한 쇼비니즘에 일침을 놓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는 각국의 역사와 지리적이고 생태적인 환경에서 빚어진 디자인의 표현적 특성에도 주목하며 북유럽 디자인과 이슬람 문화권의 디자인, 일본의 디자인 특성 등에 관한 흥미로운 촌철살인을 늘어놓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누구나 뛰어나려 할 때 뛰어나거나 비범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그저 그런 것에도 충분히 아름다움은 숨어 있다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저자의 시선과 생각을 통해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의 `평범함`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또 그러한 평범함이 누적되고 숙성돼 우리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디자인 정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박영문 기자

박현택/ 안그라픽스/ 280쪽/ 1만 5000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