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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병배 칼럼] 결선투표제는 아무 죄 없다

2016-12-29기사 편집 2016-12-29 05: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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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집정부제 모델 이색 경험 기회 과반 득표자 민주적 정당성 커지나 한국 정치토양에 맞는지 살펴봐야

대선 결선투표제는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려 국민의당, 정의당 측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논쟁적 선거방식이다. 과반수 득표자를 내지 못했을 때 1차 투표에서 1,2위 득표자 두명을 끊어 한번 더 투표를 실시하는 게 골자다. 전체 투표자의 표를 두명이 갈라 먹는 일이므로 필연적으로 과반 득표자가 나온다. 시차를 두고 두번 투표장으로 발걸음하는 유권자 피로감 문제가 따르기는 한다. 그럼에도 50% 이상을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민주적 정당성과 국민적 지지가 확장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

결선투표제가 법적인 생명력을 부여받으면 유권자들은 색다른 선거풍속을 경험하는 기회를 갖는다. 내년 모월 모일에 실시될 대선을 가정할 때 정파 불문하고 여러 명이 출사표를 던질 것이다. 투표 결과 전체 투표자의 과반을 획득한 후보가 탄생하면 게임 끝이나 과거 대선 결과를 보면 녹록지 않다. 보수 대 진보진영이 각축하는 한국 정치지형에서 1위 후보가 득표율 50%를 찍는 일은 난공불락에 가깝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1577만 표를 획득해 결선투표를 방불케 하는 득표율 55.55%를 찍은 바 있다. 경쟁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108만 표 뒤진 48.02%를 기록했다. 박빙의 승부였는데 대선 후보 지형이 박·문 양자 간 압축대결 구도였기에 과반 득표자가 나올 만한 환경이었다. 내년 대선 때는 3자 혹은 4자 대결 구도가 연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보수 진영에서 후보를 낼 것이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투표 용지에 이름을 새길 게 확실하다. 후보가 넘치는 진보진영 사정은 더 복잡하겠지만 문 전 대표 출마는 상수나 다름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물론이고 정의당도 대선열차에 후보를 탑승시킬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당 안 전 대표 입지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대선 주자들은 여론 지지율로 먹고 살다시피 하는데 안 전 대표의 경우 3위권 이상으로 치고 올라오지 못한 지 꽤 됐다. 현행 대선 투표는 단순 다수득표제다. 1표 차라도 1위만 하면 된다. 이를 안 전 대표에게 적용하면 대권이 약간 멀어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런 불확실성 국면에서 결선투표제는 3위권 후보들에게 기회의 창이다. 가령 반 총장과 문 전 대표 중 한명을 제치고 본선 1차 투표에서 2위만 하면 2차 결선 때 1위 역전을 도모해 볼 수 있다. 그래서 결선투표제가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정치적 히든 카드로 해석된다.

이론적·논리적 완결성을 따질 때 결선투표제는 업그레드 버전이 맞다. 1차 투표 결과 1,2위를 뺀 나머지 후보를 배척한 상태에서 유권자가 최종 선택하는 절차이므로 주권자의 한 표 가치의 평가절상 효과도 수반된다. 이런 관점에서 현행 선거제도로 뽑힌 역대 대통령들의 총 선거권자를 모집단으로 한 국민 대의성은 많이 못 미친다. 노태우 대통령부터 6명째 배출했지만 총선거인수 대비 실질 과반 표를 가져간 사례가 전무하다. 박 대통령 총 득표수도 2012년 총 선거인수 기준으로 환산하면 39% 정도의 대표성을 시현하는 데 그친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해도 높은 투표 열기가 담보되지 않으면 1위 후보의 득표율 과반이 갖는 정치적 통합성이 비례적으로 강화된다고 보기가 여의치 않음을 뜻한다.

결선투표제를 15대 대선에다 대입해보면 흥미롭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김대중 대통령이 맞붙어 1032만 표를 득표한 김 대통령이 39만 표 차로 신승했다. 김 대통령 득표수는 그 해 기준 총 선거인수 대비 32%를 점유한 수치다. 그런데 대선을 완주한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3위로 492만 표를 얻었다. 2차 결선투표가 시행됐더라면 1위 득표자 지위가 위태로웠을 지도 모른다.

결선투표제는 대선 표심을 온전히 받아내기 위한 접근법의 일환일 터다. 흔히 이원집정부제 하의 프랑스나 오스트리아 대선 모델을 꼽는다. 다만 정치 토양이 다른 한국 대선에다 이식했을 때 순기능만 나타낼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선거제도 비교론에서 보면 선호투표제라는 것도 있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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